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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7호 지지 않는다는 말

▲ 김연수

▣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작가세계』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고, 1994년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A빠이, 이상』으로 2001년 동서문학상을,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로 2003년 동인문학상을, 2005년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로 대산문학상을, 단편소설 「달로 간 코미디언」으로 2007년 황순원문학상을, 2009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 독자들의 한줄생각&한줄느낌

이렇게 배시시 웃게 되는 글들은 쉽게 만날 수 없다.

이 책을 몇 권이나 샀는지 모르겠다. 위로가 필요한 친구들에게 말은 잘 못하고 책꽂이에 꽂힌 이 책을 건넸다. 그리고 내 책꽂이를 채우려고 사고 또 샀다. 선물하고 싶은 친구가 생각 나서 주문을 하려고 보니 어느새 내 책꽂이도 비워져있다. 정작 나에게 가장 필요한 책인데. 고마운 책이다.

구원은 굴하지 않는 강철 같은 인간의 마음이 하는 게 아니다. 인간들이 모두 변하고 난 뒤에도 찌꺼기처럼 변하지 않고 남아 있는 얼룩 같은 게 우리를 구원한다.

김연수 에세이는 언제나 최고. 무기력하고 뜨거운 바닥에 뿌리는 시원한 물 한 바구니 같은 글들이다.

꼭 챙겨보게 되는 그의 산문들. 하루키를 생각나게 하지만 그래도 김연수만의 독특함이 있다.

▣ 책속에 밑줄긋기&다시한번 생각해보기

달리기는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시작할 때 그렇지 않다면, 끝날 때는 반드시 그렇다.

마라톤을 완주하느냐, 실패하느냐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매일 달리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일을 해낼 때가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매일할 때, 우주는 우리를 돕는다. 설명하기 무척 힘들지만, 경험상 나는 그게 사실이라는 걸 알고 있다.

긍정적 중독이란 어떤 경우에도 자신을 비난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 상태를 뜻한다.

고통과 경험이 혼재하는 가운데, 거기 끝이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다발적으로 고통이 아니라 경험을 선택할 때, 그리고 달리기가 끝나고 난 뒤 자신의 그 선택이 옳았다는 걸 확인할 때, 그렇게 매일 그 일을 반복할 때, 세세한 부분까지 삶을 사랑하려는 넉넉한 활수의 상태가 생기는 것 이라고...

▣ 책소개

저자가 어린 아이였을 때부터 중년이 될 때까지 체험한 사랑, 구름, 바람, 나무 빗방울, 쓴 소설과 읽은 책, 예술과 사람 등에 관한 이야기의 집합체이기도 하다. 궁극에는 삶의 기쁨과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문학적으로 더 깊고 넓어진 사유의 문장들, 그의 소설 속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로워진 문장을 읽게 된다.

‘지지 않는다는 말’의 여러 가지 의미를 생각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을 발견한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바로 “희망으로 가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절망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마라톤은 인생에 대한 은유”라는 표현이 있듯, 그는 인생의 벽을 대하는 데 있어서도 회피하거나 도망가지 않는다. 그저 그 순간이 지나가도록 버티고 기다린다.또한 소설가이자 한 인간으로서 매 순간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좋아하고, 피할 수 없는 것은 할 수 있는 만큼 견디며 극복하고, 하고 싶은 일은 지금 하면서 살아간다. 저자는 이런 삶의 자세 덕분에 인생이 더 소중해졌고 삶은 희망과 맞닿게 되었다고 기록한다.

▣ 은랑생각

자신의 삶을 달리기라는 행위에 빗대어 작가는 이 산문집을 냈다. 책을 읽는동안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잘 따라갈 수 있게 쉽게 읽히고 이해하기도 쉽다.

공이 비탈길을 굴러가는 것이 둥근공 탓이 아니라 중력 탓이라고 말할 줄 아는 작가는 스스로의 둥근 몸을 원망하지도 않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불공평함과 한계를 비난하지도 않는다. 그는 그런 방식으로 달리기와 삶에 대한 사색을 전한다.

세상살이가 쉽지 않음을, 고단함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듯 보이는 작가는 대신 그것을 자조하지 않고 비난하지도 않는다.

세상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 스스로를 원망하지도 않으면서 세상이 바뀌는 방식이 아니라 끝까지 버틸 수 있게 빌어보자고 한다.

지지 않는 다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 세상에 대항하는 거대한 어떤 것이나, 타인에 비친 근사한 어떤 것 말고 분명한 자기 안의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단순히 참고 버티면 다 지나간다는 상투적인 위로가 아니고 세상을 원망하지 말고 스스로를 비난하지 말고, 그저 묵묵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끝까지 버텨보라는 건강한 존재 의지를 부여한다.

이기는 것은 내게 달린 문제가 아니지만 지지 않는다는 것은 내게 달린 문제이니 정말 지고 싶지 않다는 자신의 목소리를 가지라고 실천하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