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고은랑의 책세상

564호 연년세세

▲ -황정은-

▣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소설’, ‘올해의 문제소설’에 선정되고, 한국일보 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등 굵직한 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문단의 큰 주목을 받아온 작가다. 200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마더」가 당선되며 등단했다. 소설집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파씨의 입문』, 『아무도 아닌』, 장편소설 『百의 그림자』, 『야만적인 앨리스씨』, 『계속해보겠습니다』, 연작 소설 『디디의 우산』 등을 썼다. 한국일보문학상, 신동엽문학상, 대산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유정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했다. 『양의 미래』로 제59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으나 현대문학 사태로 상을 반납한 바 있다.

▣ 독자들의 한줄생각&한줄느낌

어딘가 있을 것 같은 먹먹하면서도 따뜻한 인간극장 같은 이야기.

10년만에 다시 한국소설을 읽게 만든 작가.

마음이 아린데 계속 읽을 수밖에 없는 작품

해마다 해마다 해마다... 이렇게 제목을 읊어보면서 조금씩 조금씩 아껴가며 책을 읽는다.

황정은의 세계는 언제나 완벽하다 점점 더 그녀가 이끄는 서계가 나를 점령한다. 좋다는 말로 설명할 수 없다. 나는 그렇다.

작가님 작가님은 그냥 최고라는 것만 알아두세요.

그녀의 글을 읽어 내려가며 머금은 그 감정들을 느끼는게 좋다. 이제 또 다른 글을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할 뿐.

벌써 사랑합니다. 댓글 잘 안 쓰는데 꽤나 진심이라서.

작가가 인터뷰했다는 순자씨가 내 엄마가 아닐까 글을 읽는 내내 의심했다. 잘 산다는 건 뭘까. 서글프지 않은 삶이란 뭘까. 비열하고 잔인하지 않으면서 아리지 않은 삶이란게 있긴 있는 걸까.

▣ 책속에 밑줄긋기&다시한번 생각해보기

잘 살기.

그런데 그건 대체 뭐였을까, 하고 이순일은 생각했다. 나는 내 아이들이 잘 살기를 바랐다. 끔찍한 일을 겪지 않고 무사히 어른이 되기를,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랐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삶은 지나간다 바쁘게.

나탈리는 바쁘게. 울고 실망하고 환멸하고 분노하면서, 다시 말해 사랑하면서.

잊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면, 잊어. 그것이 정말 비결이면 어쩌지.

잃은 것을 잊은 것으로 해두었다. 그러면 그건 거기 있었다.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살 수는 없다.

한영진은 오래전에 그 말을 들었고 중요한 선택을 할 때마다 그 말을 지침으로 여겼다. 이순일도 그랬을 거라고 한영진은 생각했다. 살아보니 정말이지 그게 진리였다. 현명하고 덜 서글픈 쪽을 향한 진리.

▣ 책소개

2019년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에 선정되고 연작 <디디의 우산>으로 만해문학상 5.18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독보적인 개성으로 작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한 황정은의 연작소설. 이미 그 이름만으로 신작을 발표할 때마다 큰 화제를 모아왔지만, 이번에 출간한 <연년세세>는 작가가 오랫동안 품어온 주제를 펼친 역작이다. 지난해 문예지를 통해 발표한 두편의 소설 「파묘破墓」와 「하고 싶은 말」과 함께 실린 「무명無名」과 「다가오는 것들」은 이번 단행본을 통해 처음으로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작품이다.

'작가의 말'에서 "사는 동안 순자,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을 자주 만났"고, "순자가 왜 이렇게 많을까"라는 질문에서 이 책이 시작되었다고 전한바, <연년세세>에 실린 소설 네편은 '1946년생 순자씨' 이순일과 그의 두 딸 한영진 한세진의 이야기가 큰 줄기를 이루며 이어진다. 어머니와 자매의 지난 삶과 현재의 일상을 통해 지금, 여기의 한국사회를 돌아보게 한다.

▣ 은랑생각

연년세세는 여성 인물들이 이끌어가는 소설로 ‘파묘’는 세진의 시선으로 ‘하고 싶은 말’은 영진의 시선으로 ‘무명’은 순일의 시선으로 ‘다가오는 것들’은 세진의 시선으로 쓰였다. 분명 각각의 소설이 각기 다른 주제와 끝이 있지만 그 소설들이 하나로 엮이면서 또 다른 큰 이야기를 만든다. 그런 방식 때문에 인물들이 삶을 살아가는 다름의 방식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재미를 위한 소설이기보다는 천천히 음미하며 원하는 만큼 끊어 읽을 수 있는 감정소설이다.

작가는 시대상을 이용해 독자들이 모를수도 있는 상황이나 감정에 대한 묘사를 잘 해두었다. 그래서 배경지식이 없는 독자도 몰입해서 읽을 수 있다. 어린시절 가족이나 친척들에게 받는 상처와 고통이 잘 묘사되어 그것이 무엇인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잘 모르면서 적응하고 살아가기 위해 혼란속에서 발버둥치는 모습이 고스란히 독자에게 느껴진다.

이 작품에서 모든 범위에 걸쳐 연관지어 등장하는 것이 가족이다. 가족과 함께 살아가려면 반드시 포기해야하는 부분이 나온다. 가족은 서로에게 도움만 되는 존재도 아니고 서로에게 기생하기도 하고 피해를 주기도 하며 무시하고 상처를 주기도 한다. 가족의 단위가 커져 친척에 까지 넘어가면 그런 것들은 더욱 심해진다.

책을 읽는 내내 든 생각은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가족에서 벗어나면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행복할 수 있다였다. 그들은 하나로 묶고 있는 것은 가족의 끈끈한 정이 아닌 당연히 가족은 붙어있어야 한다는 통념과 생존이었다.

소설을 파고 들어보면 슬픈 이야기를 많이 다루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크던 작던 저마다의 고민을 가지고 살아간다. 특히 이순일의 이야기는 우리 민족의 비극을 다루고 있는만큼 얼마든지 신파조로 끌고 갈 수 있었을 텐데 끔찍한 상황을 묘사하면서 서술은 꽤나 담담하다. 과장된 연출이 없어 오히려 더 여운이 길게 남았다. 우리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잘 그려내어 더 공감을 이끌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