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였다. 199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풀」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탁월한 묘사와 미학적 구성이 묵직한 메시지와 얼버무려진 작품을 쓰며, 평소 일상과 사물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묘사가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자신의 대답을 적어 내려가는 노란 메모 노트를 늘 인터뷰 시에 지참한다. 이러한 습관을 통해 작품 속 작은 에피소드에서도 깊이 생각할 수 있는 내용들을 담아낸다.

▣ 독자들의 한줄생각&한줄느낌

하성란의 단편소설집. 대부분 표제작외에는 수준이 떨어지는 작품을 같이 묶어 책으로 펴내는데, 이 책은 전체적으로 고른 수준의 우수한 작품들이 많다. 세밀한 묘사력은 그녀의 전매특허다.

책 한권에서 여러 가지 재미를 찾으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동화의 모티브를 차용하여 성인 잔혹동화로 이어지는 중독성 있는 소설.

다양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어요. 슬프고 약간은 불편한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읽을만 했어요.

독특한 주제, 탄탄한 구성에 알찬 소설집.

행간 사이사이를 상상하게 만드는 즐거움과 씁쓸함.

▣ 책속에 밑줄긋기&다시한번 생각해보기

비밀은 영원히 어둠속에 묻힐 것이다. 내 아랫배는 조금 불룩해진 것 같았다. 나는 뱃속의 아이에게 소곤거렸다. 네 아버지는 파우스트란다. 파우스트는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지만 결국은 구원을 받게 되지. 내 아가, 난 널 사랑한다.

여자는 흰 국화 뒤에서 흐릿하게 웃고 있는 아이의 사진을 들여다 보았다. 유난히 시간외 근무가 많은 직장이였다. 퇴근을 하고 부랴부랴 유치원으로 뛰어가면 아이들이 다 돌아간 한구석에 아이가 잠들어 있었다. 잠투정 하는 아이를 채근해 집으로 돌아올 때면 고단한 일과 때문에 허리가 끊어지는 것 같았다.

플래시를 끄고 낮은 자세로 불빛을 향해 기었다. 흠뻑 젖은 머리카락에서 흘러내린 빗물이 눈으로 흘러들어 시야를 방해했다. 커다란 나무 아래로 골라 걸었다. 또다시 총소리가 났다. 아까와는 다른 방향이었다. 빗소리에 총소리가 감추어졌다. 총소리로 쌍대나 훌치기가 아니라는 것쯤은 짐작할 수 있었다.

▣ 책소개

하성란의 세 번째 작품집. 한국일보 문학상 수상작 ‘기쁘다 구주 오셨네’를 비롯하여 문예지에 발표된 11편의 단편을 묶었다. 하성란의 초기 소설에서 두드러졌던 세부묘사보다는 상징과 이미지의 비중이 높아졌다. 사회적 문제에 대한 작가의 탐구심도 빛을 발한다. 요소요소에 숨겨져 있는 컬트영화적 요소가 흥미를 끈다.

마이크로 카메라처럼 정교하게 일상의 풍경을 그려냈던 초기작에서 인생의 빛깔을 읽어내는 약삭빠른 계집아이 같은 요즘의 소설까지 그녀의 소설은 말없이 수다스럽다. 한순간 터져나온 삶의 비참함과 어두운 심면을 재빠르게 포착한다. 이미지만 풍성한 국적불명의 소설들과 달리 하성란의 소설은 한국의 현실을 얼마나 잘 말해주는지. 갈고 닦은 작가의 실력을 유감없이 느낄 수 있다.

▣ 은랑생각

이 책은 현실을 토대로 하고 있으면서도 상당히 비현실적이다. 설정은 신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지만 사건을 이끌어 나가는 과정이나 사건의 결말은 상당히 비현실적이고 상상을 뛰어 넘는다.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한편으론 우리의 삶이 얼마나 힘들고 고생스러운지 생각하게 해주었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뒤에 수록된 명쾌한 해설은 작품의 재미를 더 해준다. 또한 소설을 읽는 재미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려준다.

책을 읽으면 눈앞에 장면들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변화무쌍한 문장들, 미스테리하고 음산한 분위기가 작가만의 독특한 스타일임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이전까지의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사회고발이나 문제제기와 같은 내용도 엿볼 수 있다.

사회적 사건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적절히 버무린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작은 경고처럼 느껴진다. 안정적인 삶속에서 어느순간 불안하고 위태로운 상황에 빠지는 소설의 주인공처럼 소설 밖 나에게도 위험이 불어 닥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게 하는 상상과 기발함에 무릎을 칠 수밖에 없다. 반면 차분하고 절제된 문장으로 읽기에 편하고, 평범한 일상의 단면에서 인간과 삶에 대한 부조리한 현실의 단면을 보여준어 새로운 경험과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