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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호 밤의 여행자들

▲ 윤고은

◎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나 동국대 문창과를 졸업했다. 2003년 <대산대학문학상>으로 등단했으며, 한겨레 문학상, 이효석 문학상, 대거상 번역 추리 소설상 등을 수상했다. 소설가. 라디오 디제이. 여행자. 지하철 승객. 매일 5분 자전거 라이더. 길에 떨어진 머리 끈을 발견하면 꼭 사진으로 남겨야 하는 사람. 책이 산책의 줄임말이라고 믿는 사람. 라디오 [윤고은의 EBS 책카페]를 진행하고 있다.

◎ 독자들의 한 줄 생각 & 한 줄 느낌

· 진짜 공포는 ‘잃을 것’과 ‘지킬 것’을 가진 자들이 느끼는 슬픔이다.

· 무엇보다 정말 재밌다. 이런 소설 쓰는 젊은 한국 작가라니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 사필귀정, 자업자득^^ 신선한 내용이네요.

· 감성적인 제목은 함정.

· 자못 막막한 결말이지만. 어쩌겠나 주섬주섬 또 살아나가야 하는걸.

· 이 이야기가 사실이 아닌 것이 다행이면서도 안타까운 내용이다.

· 요즘 젊은 작가들의 소재 발상과 주제가 이채롭게 느껴졌던 소설.

· 이 작품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읽은 분들 부럽습니다. 출간된 지 8년이 흐른 지금 읽어도 새롭고 재미있네요.

◎ 책 속에 밑줄긋기,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

· 재난이 한 세계를 뚝 끊어서 단층처럼 만든다면, 카메라는 그런 단층을 실감하도록 돕는 도구였다. 카메라가 찰칵, 하는 순간 그 앞에 찍힌 것은 이미 인물이나 풍경이 아니다. 우리 삶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었다. 요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모든 여행은 시작되기 전에 이미 출발선을 넘은 게 아닐까, 하고. 여행은 이미 시작된 행보를 확인하는 일일 뿐.

· 지난 한 주간 가장 빠른 속도로 움직인 것은 부음 소식이었다. 발인이 지나면 효력을 잃어버릴, 유통기한이 짧기에 신속한 것. 소식이 시작된 곳은 경남 진해였다. 하필 벚꽃의 발원지와도 같은 곳. 어느 오후의 거대한 쓰나미 아래서, 그곳의 모든 생활들이 갑자기 점. 점. 점으로 끊어졌다. 꽃 마중을 갔던 사람도, 일광욕을 하던 건물도, 해변의 가로등도, 모두 점. 점. 점 난파당했다.

· 세상에는 하인리히 법칙을 믿는 사람들도 있다. 하나의 재난이 일어나기 전에는 작고 작은 수백 가지 징조가 미리 보인다는 것. 그러나 그것은 재난 발생에 주목한 것일 뿐. 재난을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런 규칙이 있을 리 없다. 재난은 그저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다. 어느 날 발밑이 갑자기 폭삭 무너지는 것처럼 우연이라기엔 억울하고 운명이라기엔 서글픈, 그런 일. 그런데 그런 일을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 책 소개

· 한겨레 문학상, 이효석 문학상 수상 작가 윤고은이 펼치는 전혀 새로운 상상력. ‘재난 여행’ 상품 수석 프로그래머 ‘고요나’의 기상천외하고 스펙터클한 재난 사용법.

· 문단에서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 윤고은의 「밤의 여행자들」이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철 소설집 「1인용 식탁」 이후 3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 EBS [라디오 연재소설]에서 인기리에 방송된 작품이기도 한 「밤의 여행자들」 독자들로 하여금 그 어떤 소설이나 영화에서보다 더욱더 놀랍고 독특한 상상과 현실의 세계를 경험케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독자들이라면 단언컨대, 진한 감동과 전율의 소용돌이에서 한동안 헤어날 수 없을 것이다.

◎ 은랑 생각

· 이 책과 함께 특별한 여행길에 올랐다. 특별한 여행을 하기 위해서, 혹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기기 위해서 재난이 일어났던 곳의 흔적을 찾아가는 여행 말이다. 재난이 일어났던 곳을 찾아 재난 여행 상품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판타지 영화를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낮을 여행하는 것과 밤을 여행하는 것은 천지 차이일 것이다. 밤엔 낮과는 다른 우리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것을 만날 수도 있고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밤을 여행하는 사람들만이 볼 수 있는 정경을 만난 책이다. 평소에 하지 못했던 여행, 만나지 못했던 상황, 현실을 도피하고 싶은 마음과 다시 현실로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공존했던 우리가 평범하고 별 볼 일 없다고 느꼈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지겨운 일상 속으로 어서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 주인공인 요나가 겪는 일들이 그녀의 꿈속이기를 바랬던 마음이 읽는 내내 함께했다.

· 소재부터 독특했고 설마 하다가도 그럴 법 하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우리의 어두운 면을 고스란히 끄집어낸 재난 여행 소설이다. 사람들이 여행에서 기대하는 감성 충만한 느낌이 곳곳에 잘 배어있고, 글에 자주 등장하는 점. 점. 점은 단절되는 상황을 독특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이 책에서의 여행은 낭만적인 일탈이 아니라 현실적이다 못해 섬뜩하게 다가온다. 남의 불행을 철저하게 비즈니스 상품으로만 보게 되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개개인 마음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타인의 고통 속에서 살아갈 힘을 얻는 우리의 어두운 일면을 목도하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