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

- 헤르만 헤세

· 헤르만 헤세가 나무에서 배운 것들에 관해 쓴 시와 에세이로 읽는 내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무를 보고 계절을 느끼고 나무에 귀 기울인다는 것은 언제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헤세처럼 18편의 에세이와 21편의 시로 풀어낸다는 건 생각도 해보지 못한 일이라 나무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남다르다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읽다보니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등의 소설을 쓸 수 있었던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는 것을, 헤세에게 나무는 선생이었고 친구이며 예찬의 대상이었음을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나무를 바라보는 시선, 나무에게서 받은 기쁨을 오롯이 느끼는 기회가 될 것이다.

· 이 책은 나무를 사랑한 헤르만 헤세의 삶의 궤적을 엿볼 수 있는 책으로, 그가 고귀한 삶을 살아갈 수 있었던 이유가 나무의 말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란 걸 알 수 있다. 나무를 깊이 성찰한 헤세는 나무에 해박했을 뿐만 아니라 각 나무가 가진 다른 성질과 나무마다 들려주는 이야기가 다르다는 걸 알고 있었다. 책을 통해 그가 나무의 말을 듣는 법을 배웠다는 것이 농담이 아님을 느낄 수 있다. 헤세의 시선을 따라 우리 주변의 나무를 아끼고 심고 돌보며 관심을 갖게 된다면, 이런 과정을 통해 더 사람답게 살아가는 선순환을 경험하게 된다면, 이보다 좋은 일은 없을 듯하다. 또한 한 눈에 보기에도 예쁜 책으로 책 안 곳곳의 정밀화가 보는 눈을 즐겁게 하여 책 내용에도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책이다.

⊙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빌포셋 외 9명

·역사를 읽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인류를 발전시킨 위대한 이야기들도 재미있지만 역사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끈 흑 역사만큼 흥미진진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 책은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근대편과 현대편 총 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대편은 51번부터 101번까지가 포함된 흑 역사이다. 재미있는 점은 순서대로 읽어도 좋지만 목차를 보고 궁금한 생각이 드는 것을 먼저 펼쳐 읽어도 좋다는 점이다.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재미도 있고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갖가지 상상을 해볼 수 있어 더욱 흥미롭다.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역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잘못된 선택, 하지만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잘못된 결정들로 흑 역사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 모두 올바르게 판단하기 위해 역사를 돌아봐야 함을 절실하게 느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바로 전쟁이다. 히틀러나 호찌민의 얘기를 통해 시대의 흐름에 맞게 나타나는 지도자를 만나는 것도 행운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사건은 지도자의 오만하고 잘못된 판단으로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해서 나쁜 결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맥아더 장군의 부분은 놀라울 정도로 반전이었고 겉으로 드러난 알려진 역사의 이면에 저런 흑 역사가 존재한다니 새삼 놀라웠다. 한편으론 누구나 실수를 저지르고 인생에 오점을 남기지만 그런 역사적 순간들이 인류의 발전에 기여했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실패로부터 얻은 교훈을 실제로 잘 적용시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 우리는 언제 다시 만나

-윤여림
 

아이를 위한 동화책일거라고 생각하고 읽다가 터져버린 눈물에 울어버렸다는 엄마들의 수많은 리뷰가 말해주듯, 아이와 어른을 위한 동화이다. 아이가 태어나서 어느정도 성장하기까지 엄마와 형성된 애착과정에서 힘들었을 육아가 고스란히 떠올라서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양 공감되고 가슴이 먹먹해진다. 책 내용은 심플하지만 그 안에 아이가 자라면서 느껴지는 감정들이 다 담겨있고 그림은 그 감정들을 세세하게 표현하고 있어 감동이 배가 된다.

아이를 처음 맞이했던 그 날의 기억을 고스란히 추억하게 해주고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져서 하루를 보내게 된 아이에게 남기는 엄마의 따뜻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분리불안은 아기에게도, 엄마에게도 있을 수 있는데 아무리 떨어져 있어도 언제나 우리는 다시 만난다는 따뜻한 진리를 이야기 하고 있다.

아이가 점점 자라서 엄마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고,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엄마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기다린다는 내용은 몇 번을 다시 읽어봐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아이를 향한 마음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볼 수 있어 더 좋았다.

⊙ 끝내주는 괴물들

-알베르토 망겔

· 페이지를 넘기면 만나게 되는 다양한 모습과 사연의 인물들, 그 중에는 우리에게 꽤나 친숙한 캐릭터들도 있다. 가장 괴물에 가까운 분위기를 가진 이름들과는 반대로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이름들도 있다. 아마도 이 의외성이 주는 극적인 만남 때문에 이 책이 더 끌리게 되는 듯하다. 또 돈키호테의 원작자가 따로 있었다는 이야기나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의 이름에 담긴 깊은 뜻, 니체의 슈퍼맨은 다른 인물이었다는 이야기까지 재미난 요소가 숨겨져 있다. 특히나 이 대목에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살아본 적이 없는 삶, 가본 적이 없는 길이 유혹적인 까닭은,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이런저런 선택들을 돌이킬 수 있다면 무언가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 행복하고, 현명하고, 사랑받고 존중받는 삶을 살 수 있으리라고 말이다. 어쩌면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 말이 정답일 수도 있겠다. 우리가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동경을 누구나 갖고 살아가는데 생각해보면 그 길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우리의 현재가, 오늘이 더 소중하다는 걸 깨닫는다.

· 어린 시절에 읽었던 동화책이나 소설을 나이 먹은 지금 다시 읽게 되었을 때 어린 시절과 다른 느낌을 가질 때가 종종 있다. 특히 별다른 시각 없이 순수하게 좋아했던 캐릭터들을 그 때와 달리 마냥 응원하고 좋아하게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어릴 땐 악당으로 여겨졌던 인물들이 훨씬 더 인간적이거나 합리적이고 성실하게까지 느껴지는 건 왜일까. 나이를 먹고, 세상을 배우고 어른이 되어 가치관을 세우면서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하나하나씩 읽다보니 그동안 몰랐던 캐릭터들과 좋아했던 캐릭터를 재해석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더불어 앞서 얘기했듯 어릴 때 들었던 감정이 성인이 되어 달라졌을 때의 신선한 당혹감도 느껴졌다. 책 안에선 괴물들이라고 소개했지만 무섭거나 혐오스럽기보다 오히려 따뜻한, 사회에서 폄하되고 내쳐진 괴물들의 진면목을 찾아줌과 동시에 독자들의 호기심을 제대로 채워주고 있다. 

⊙ 소년과 새와 관 짜는 노인

- 마틸다우즈

· 이 책은 우리가 가장 기피하는 죽음과 병을 전면에 내세우고도 삶에 대한 의지와 희망이 가득한 삶으로 이끈다는 점에서 사랑스럽다.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동화같이 이쁜 책을 읽고 싶을 때도 있지만 삶이 결코 동화가 아니라는 현실에 더욱 힘겨워질 때도 있는데 이 책은 동화와 현실 사이의 괴리에 징검다리 역할을 해준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짜임새 있게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솜씨가 좋으며 풍성하고 맛깔 나는 묘사에 미소가 절로 난다. 다음 내용이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해서 단숨에 끝까지 읽을 수 있었고 뒤로 갈수록 책이 끝나는 것이 아쉬운 이야기의 맛에 푹 빠질 수 있었던 책이다.

· 책 속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동화 같은 스토리로, 편안한 문체와 포근한 이야기 전개가 전혀 유치하지 않고 길이도 짧지 않아 어른들에게도 제격이다. 소재 때문에 어둡고 우울한 느낌도 있지만 동시에 희망과 사랑도 함께 잘 녹여냈다. 제목 그대로 관 짜는 노인이 주인공이고 그의 관이 죽음을 위해 쓰이다가 마지막에 희망을 위해 쓰였다는 점도 정말 좋았다. 읽으면 저절로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는 아름다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