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넉넉하고 부유하지만, 비틀리고 냉담한 가정에서 (겉으로 보기엔 더할 나위 없이 화목한) 자란 캐럴라인 냅은 결핍에서 오는 심리적 보상을 강력한 중독으로 대체한 삶을 살았고, 스스로 끊임없는 삶의 변화를 추구했다. 냅은 이런 경험을 솔직하고 섬세한 아름다운 문장으로 풀어내며 독자의 정신을 사로잡고 감동시켰다. 1959년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난 냅은 저명한 정신분석가 아버지와 화가 어머니 사이에서 쌍둥이로 태어났다. 1981년 아이비리그 브라운 대학을 우등으로 졸업했고, 15년간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다가 프리랜서로 독립하며 본격적으로 작가의 삶을 살았다. 냅은 여성으로서 쉽게 말하기 어려운 내밀하고 은밀한 사생활을 강렬한 묘사와 매혹적인 문체로 지나치리만큼 솔직하게 고백해 사람들을 끌어당겼고, 첫 작품이자 대표작인 「드링킹」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그 후 두 권의 책을 더 내고 이른바 ‘중독 3부작’을 완성했다. 고립과 은둔의 삶을 산 캐럴라인 냅은 안타깝게도 2003년 6월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냅이 떠나고 그동안 쓴 칼럼을 모아 유고집 「명랑한 은둔자」가 출간되어 아끼는 작가를 잃은 독자들을 위로했다.

◎ 역자 : 김명남

KAIST 화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환경정책을 공부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편집팀장을 지냈고, 현재 전업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 독자들의 한 줄 생각 & 한 줄 느낌

· 몇 번이고 외로움이 차오를 때마다 읽었어요. 앞으로도 많이 펼쳐 볼 것 같아요.

· 고립, 고독, 애도, 상실, 자존감 등... 나를 사랑하는 법을, 때로는 꼭 사랑하지 못할 수도 있음을 배울 수 있는 책.

· 30년 전의 비혼 선배가 알려주는 지식들.

· 이렇게까지 솔직할 수 있다니.

· 코로나 시대와 더불어 공감하는 사람이 많을 듯한 소재와 글!

· 혼돈 속 자신의 내면을 이렇게 성찰하고 글을 써준 작가가 있어 놀랍다. 내 마음을 거울에 비춰보는 듯하다.

· 올해 읽은 책 중에 가장 인상 깊은 책.

· 내성적 은둔자의 깊숙하고 섬세하며 더할 수 없이 솔직한 이야기에 푹 젖어 치유 받는 느낌였어요.

◎ 책 속에 밑줄 긋기,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

· 사실 나는 이유가 있어서 이렇게 살아왔던 게 아닌가 싶다. 내가 선택한 고독의 수준이 어떤 면에서든 내게 좋았기 때문. 나와 내가 잘 맞았기 때문에 그래 왔을 것이다.

· 나는 애인과의 관계에서 성공하려면 에너지와 헌신과 정직함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늘 알았지만, 우정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아는 데는 황당하게도 오랜 시간이 들었다. 그런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똑똑하고 강한 여자라도 이성과의 관계는 ‘중요하지만’ 동성과의 우정은 부수적일 뿐이라는 생각,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공허를 채우고 존재 가치를 입증해주는 건 연애 관계의 사랑이라는 생각을 스스로 바로잡는 데 기나긴 세월이 걸릴 수도 있다.

· 요전 날 밤, 내 개와 함께 거실에 앉아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목소리가 녹음된 테이프를 틀어보았다. 무덤에서 망자의 목소리를 소환하려는 것처럼 음침한 일로 들리지만, 사실 나는 이 일로 수용에 관한 작은 교훈을 하나 배웠다. 상실을 수용하는 것, 나를 떠난 사람을 수용하는 것, 더이상 내 곁에 없는 사람을 수용하는 것에 대하여.

◎ 책 소개

· 캐럴라인 냅은 지적이고 유려한 회고록 성격의 에세이를 쓴 작가로, 2002년 마흔둘이라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냅은 살면서 끔찍한 중독에 빠진 경험이 있는데, 삶의 불가사의한 두려움으로부터 달아나고 싶을 땐 술로, 그런 자기 자신을 호되게 통제하고 싶을 땐 음식을 거부했다.
그는 이런 자신의 깊은 내면 이야기를 솔직하게, 우아하게, 또렷하게 고백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은 알코올 중독의 삶을, <욕구들>은 다이어트 강박증과 섭식장애에 관한 기록이다. 개를 향한 지나친 애착이 염려스러울 정도로 개를 사랑하여 그 마음을 <남자보다 개가 더 좋아>라는 책에 담기도 했다.

· <명랑한 은둔자>는 그의 유고 에세이집으로, 캐럴라인 냅이라는 작가의 삶 전반을 빼곡히 담고 있는 초상과 같은 책이다. 캐럴라인 냅은 삶의 미스터리가 크든 작든 그 모두를 예민하게 살피고, 무엇보다 거기서 자기 이해를 갈망했던 작가다. 그 과정에서 자기를 옥죄었던 심리적 굴레를 벗어나 자유와 해방감을 경험한 한 인간의 깨달음을 들려준다.

◎ 은랑 생각

· ‘명랑한’과 ‘은둔자’가 어울릴까 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책을 읽고 나니 제목의 이유를 알 것 같다. 수줍음이 많고 내성적인 사람이라도 자기 내면의 빛을 밝힐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 하나쯤은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책 안을 들여다보면 고독이라는 것이 자신을 돌볼 의욕이 있어야 하고, 자신을 달래고 즐겁게 하는 능력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고독에 대한 저자의 관점을 바탕으로, 살아오면서 겪은 다양한 사건과 거기에서 비롯된 감정들을 솔직하게 풀어내고 있다. 중독과 같이 무거운 내용도 포함되어 있지만 벗어나기 어려운 무기력함이나 불안 등으로 대체해서 생각해보고 읽어도 좋을 듯하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에 자신만의 소신과 관점으로 명확하게 판단하고 스스로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명랑한 은둔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자신의 마음속, 자신의 중독적인 성향, 스스로 편안한 상태에 있으면 불안해하는 마음까지 자신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남김없이 파헤쳐 쓴 글이었다. 이렇게 내성적인 사람이 어떻게 자신의 모든 것을 글로 남기고 남들에게 드러낼 마음까지 가지게 되었을까. 외면할 수도 있었을 어두운 마음, 불쾌했던 사건들까지 끝까지 바라보고 글로 남겼다는 점에서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더 나이 들고 좀 더 깊은 생각이 든 그녀의 글을 읽을 수 없다니 아쉬웠고, 조목조목 공감이 가는 내용이 많아 읽으며 고개를 자주 끄덕였다. 친구와 대화하는 것처럼, 책과 마음을 나눈 것처럼 느끼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