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마더」가 단성되어 등단했으며, 소설집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 열차」, 「파씨의 입문」, 장편소설 「백의그림자」가 있다. 2010년 「백의 그림자」로 제 43회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

▣ 독자들의 한줄생각 & 한줄느낌.

가깝지도 멀지도 않으며 마지막에는 따뜻해지는 감성의 거리를 이만큼 잘 조절한 소설은 참 오랜만이다.

애잔하고, 맑고, 안쓰럽고, 그리하여 아름답다.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좋다.

대화의 여운과 서술의 여백을 채우는, 사람과 삶을 둘러싼 모든 것들에 대한 애정

따뜻하고 착한 책

한웅큼의 꼬마전구를 밝혀 손을 녹이는 느낌

내게도 고마운 소설

여운이 길고 긴 연애소설, 일까?

소설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위로

정갈한 건조함 속에 담긴 선량하디 선량한 힘

그림자와 그림자 사이에 낀 인간, 그 따뜻함을 향한 소통

▣ 책속에 밑줄 긋기 & 다시한번 생각해 보기

그런 기억이란 희미해질 법도 한데 도무지 그렇지가 않아서, 나는 이 부근을 그런 심정과는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가 없는데 슬럼이라느니, 라는 말을 들으면 뭔가 억울해 지는 거예요. 차라리 그냥 가난하다면 모를까, 슬럼이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치 않은 듯해서 생각을 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라고 무재씨는 말했다. 언젠가 밀어 버려야 할 구역인데, 누군가의 생계나 생활계, 라고 말하면 생각할 것이 너무 많아지니까, 슬럼, 이라고 간단하게 정리해버리는 것이 아닐까.

▣ 작가 한마디

“단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은 말이 365일 중에 298일이나 되는 이 세계는 줄곧 부서져 내리는 섬이고, 이 섬의 한 모퉁이에서 매일 소수점 아래를 정리하며 살고 있다. 그냥 내버려두면 물도 잘 마시고,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이것저것 만들다 소설도 쓴다.”

▣ 은랑생각

이 책, 딱 하고 싶은 말만 가리고 가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이야기한다. 아주 조금 말해주고 아무 많은 것을 상상하라 한다. 읽다보면 담백함과 쓸쓸함이 그대로 나에게 전해질까 무서울 정도로 절제된 이야기다. 읽어나갈수록 뭐지? 이 소설, 하고 감탄하게 된다.

<백의 그림자>는 은교와 무제씨의 담담한 사랑이야기다. 그저 그런 러브스토리인가 하면 아니다. 조급하고 흉폭하고 거대해져만 가는 세상 속에 소소하게 존재하는 작은 온정, 작은 선량함, 진심에 관한 이야기다. 너무 작고 낮은 곳에 있어 힐끗 보면 보이지 않는, 유심히 바라봐야만 눈에 들어오는 그런 삶과 감정의 조각 말이다.

평범한 단어들로 이루어진 문장이 이토록 단정하고 맑게 마음을 감싸 안는 건 보기드문 작가의 솜씨 때문인듯 하다. 아름다워서 코끝이 시큰해지고 슬픔이 번지는 동안에도 가슴은 여전히 따뜻한 소설이다. 소설이 있어야 할 자리에 제 몫을 하고 있구나 싶어 다행이다. 소설만이 줄 수 있는 위로를 건네는 소설이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