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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호 카누를 타고 파라다이스에 갈 때

▲ 이묵돌

◎ 1994년 경상남도 창원에서 태어나 부산과 대구에서 자랐다. 현재는 서울 관악구에서 십 년째 살고 있다. 《역마》, 《시간과 장의사》, 《적색편이》와 《모두가 회전목마를 탄다》 같은 책들을 냈다. 자기소개를 더 길게 쓰던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은 관뒀다. 글은 그냥 먹고살려고 쓰는 편이다.

◎ 독자들의 한줄생각 & 한줄느낌

· 항상 좋은 글을 써주어서 고맙고, 이전 작품보다 더 발전한 게 보여서 행복하다. 다음 작품도 어서 나왔으면 한다
· 상상력을 자극하는 SF소설, 단편집이라 짧게 짧게 읽기가 너무 좋고 흡입력도 좋음, 저번 책도 좋더니, 이번 책도 기대 이상이다
· 넷플릭스같은 책.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보게 됨.
맥주 한 잔 마시면서 읽는데 몰입 잘 되고 작가님 표현력도 다채로우면서도 섬세해서 문자를 읽고 있는데도 장면 하나하나가 눈앞에 그려짐.
특히 문리버 파트를 가장 재미있게 읽었는데 아직도 제일 여운이 남아서 가슴이 먹먹해짐
· 으레 당연하다는 듯 행복을 쥐어지지 않는다. 아프지만 그런 모습이 글에는 생명력을 독자에겐 몰입감을 준다. 지친 일상 속에서 점차 감정이 무뎌진다고 느끼는 요즘. 이묵돌의 글은 나를 설레게 한다
· ˝사람스러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느껴지는 책 꿈과 실수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아름다운 책
·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 sf소설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번 계기로 편견이 박살 났네요. 특히 중간에 단풍과 낙엽은 읽다가 울진 않고 울뻔함. 영문도 모른 채로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기에 참으로 공감이 많이 됐습니다. 2034년에도 꾸준히 글 써주길..
· 이 세계에 대한 은유로 온통 아름다운 소설들, 읽다 보면 마음 깊은 곳을 둔하게 타격한다. 밑바닥을 올려다보는 묵묵한 슬픔을 잠시 참았다.

◎ 책속에 밑줄긋기, 다시한번 생각해보기

· “당신 같은 작가가 왜 SF소설 같은 것을 쓰려고 하는지”
“SF소설이 뭐 어때서요”
“뭐가 어떻다 할 것도 없어요. 그런 장르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편집자는 막걸리 잔에 스스로 술을 따라 마신 다음 말했다. “알다시피 과학은 발전할 만큼 발전했고, 공상으로만 그리던 것들은 대체로 현실이 됐어요. 도저히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건, 그게 가능할 법한 현실을 새로 만드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고요. 더 이상 상상의 여지라는 게 없잖아요. 이제는”
“상상의 여지가 없다뇨. 세상에 무한한 것이 우주 말고 한 가지가 더 있다면 그건 인간의 상상력입니다. 상상의 여지라는 것은 사람이 만들어내기 나름이에요” 소설가는 마침내 눈을 가늘게 뜨고 편집자를 마주 봤다.
· 달의 뒷면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곳에는 바다도 없고, 강도 없고, 반세기 전 루나리안들이 만든 부락이나 비밀기지는 더더욱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는 것보다 존재하는 것을 헤아리는 것이 훨씬 간단한 세계. 그곳은 아무것도 없기에 유혹적이다. 우리는 빛이 아닌 텅 빈 우주 속의 반짝임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남극점과 도달불능점, 사막의 오아시스와 초원 위에 솟은 세계수, 광활한 대양 속 비밀의 보물섬, 그리고 달의 뒷면에 흐르는 강줄기. 아, 달의 뒷면에는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얼마나 매력적인가. 인간에게 있어 그것은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며, 여전히 최초의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 “옛날 사람들은 저렇게 많은 것들을 갖고 있었는데, 왜 지금은 다 사라지고 없는 거예요? 왜 여기에는 이런 신기한 물건들이 주인도 없이 마구 떨어져 있는 거고요?”
할아버지는 한동안 아무 대꾸도 없이 걷기만 했다. 그러다 아직도 생각이 정리가 안 됐다는 듯, “뭐라고 딱 잘라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구나.” 하고 말했다. “말하자면, 그건 욕심 때문이란다”
“욕심이라고요?”
“그때 사람들은 가진 게 그렇게 많았음에도 전혀 만족하지 못했어. 더 새로운 것, 더 넓은 것, 더 대단한 것을 찾아서 끊임없이 자신들의 세계를 넓히고자 했지.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깨달아버린 거야”
“어떤 것을요?”
“자신들의 세계가 더 넓어지려면, 다른 것들의 세계가 좁아져야만 한다는 걸”

◎ 책소개

· 날카로운 신념과 담담한 유머로 ‘인간의 단면’을 그려온 이묵돌 작가의 첫 SF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우리가 서 있는 현실의 부조리함을 그만의 언어로 거침없이 직조하던 이묵돌이 이번 작품에서는 현실에서 한 발자국 멀어져 초현실에서 현재를 향해 일침을 날린다. 독자들은 작가가 목소리를 키워보고자 창조한 세계관 속에서 거칠 것 없이 돌진하며 회한, 그리움, 두려움, 사랑 등 다채로운 감정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지겨우리만큼 지속되는 발전을 위한 발전 속에서 ‘인간’이 아직까지 존재한다는 ‘현상’만을 유지한 8개의 세계관. 작가는 그에 속한 인간의 단면을 통해 벅찬 현실을 딛고 있는 ‘우리’를 조명한다. 한발 더 나아가 인간으로부터 무한히 멀어지고 있는 과학문명 속에서 우리가 미처 외면하고 있는지도 몰랐던 ‘인간성’에 대해 사유하게 한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이묵돌만의 독보적인 목소리로 ‘백 투 더 휴머니티’를 외치며 날카롭고도 세심한 시선을 담은 SF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 은랑생각

· 작가가 만든 8개의 세계가 보여주는 삶은 현재와 미래 그리고 사람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한다. 요즘같이 인공지능이 뜨거운 화두가 된 시대에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소설이다.
주연을 빛낼 삼류 SF 소설가를 만든 이묵돌 작가의 참신함과 발상이 돋보이며, 이 SF가 인간성을 기반으로 하기에 다양한 감정들이 공존하고 인간만이 지닌 고유한 점이 언제나 중요한 가치임을 다시 일깨운다.
작가가 보여주는 인간 중심의 세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의 의도대로 만들어진 완벽한 소설임을 마지막 장을 덮고 이해하게 된다. 또 덤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작가가 쓴 작은 메모를 보며 책의 여운을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있다.

· 가독성이 좋아 지루함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스스로 삼류작가라 칭하는 작가의 글은 절대 삼류가 아니다.
SF라는 장르의 틀을 빌려 현실의 부조리함과 인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그의 솜씨는 매우 놀랍고 인상적이다.
과학 문명의 발전 속에서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인간성에 접근하는 그의 방식은 매우 신선하다. 그는 작품을 통해 인간다움과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하며 기술과 과학의 발전 속에서 점점 비인간적이고 기계적으로 변해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면서도 역설적으로 그 안에서 피어나는 인간다움에 대해 되돌아보게 해 큰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