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고은랑의 책세상

755호 허송세월

▲ 김훈

◎ 1948년 5월 5일 서울특별시 태생이다. 경향신문 편집국장을 지낸 바 있는 언론인이자 소설가인 김광주의 아들로, 서울돈암초등학교와 휘문중학교, 휘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해 2년 만에 영문과로 전과했다. 그러나 군 복무 뒤 가정 사정이 어려워지자 중퇴했다.
1973년 한국일보에 입사하여 사회부 기자로서 활동하다가 국민일보, 한겨레신문, 시사저널 등의 언론사를 거치면서 기자로 활동해 왔다. 사표를 쓴 것만 소설가가 되기 전까지 무려 열 일곱 번이었다.
2001년 출간하여 현재까지 스테디셀러인 칼의 노래(동인 문학상 수상작)로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부터 유명세를 타기 시작, 이후 출간하는 작품들마다 대중의 관심을 받으며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꾸준히 새로운 작품들을 집필했다.
2002년부터 한겨레에 '거리의 칼럼'이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 독자들의 한줄생각 & 한줄느낌

· 그의 나이가 뇌니 그 길을 따라가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 두 꼭지밖에 안 남았다. 아쉽고, 아쉽다. 읽는 동안 기쁘게 살아가리라는 다짐으로 꽉 찼고, 간혹 울었는데 영문을 모를 일이다
· 문장에서 죽음의 그림자가 아른거려 쉽사리 페이지가 넘어가질 않는다. 작가의 건강과 평안을 빌게 된다. 단언컨대 올해의 최고의 산문
· 1시간 동안 첫 장을 읽고, 읽고, 또 대뇌이고. 첫 줄부터 이러시면 반칙입니다
· 대결적 담론이 넘쳐나고 진영의 유불리에 따라 모든 가치체계가 왜곡되는 위기의 시대에, 소박한 생활세계와 그것을 둘러싼 자연의 가능성을 따뜻한 시선으로 주목하는 시니어의 위로. 연배가 있으신 만큼 내용이 되풀이 되는 느낌은 조금 있지만 그런 게 중요하진 않은 책

◎ 책속에 밑줄긋기, 다시한번 생각해보기

· 형용사를 탓할 일이 아니라, 자신의 말이 삶에 닿아 있는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삶을 향해서, 시대와 사물을 향해서, 멀리 빙빙 돌아가지 말고 바로 달려들자.

· 햇볕 속에서 하루종일 놀다가 저물어서 집에 돌아오면 엄마는 “네 머리통에서 햇볕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햇볕에 냄새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는 엄마의 말을 믿었다.

· 나는 오후에 두어 시간쯤 햇볕을 쪼이면서 늘그막의 세월을 보낸다. 해는 내 노년의 상대다. 젊었을 때 나는 몸에 햇볕이 닿아도 이것이 무슨 일인지 알지 못했고, 나와 해 사이의 공간을 들여다보지 못했다. 지나간 시간의 햇볕은 돌이킬 수 없고 내일의 햇볕은 당길 수 없으니 지금의 햇볕을 쪼일 수 밖에 없는데, 햇볕에는 지나감도 없고 다가옴도 없어서 햇볕은 늘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 온다. 햇볕은 신생하는 현재의 빛이고 지금 이 자리의 볕이다. 혀가 빠지게 일했던 세월도 돌이켜보면 헛되어 보이는데, 햇볕을 쪼이면서 허송세월할 때 내 몸과 마음은 빛과 볕으로가득 찬다. 나는 허송세월로 바쁘다.

◎ 책소개

· 소설가 김훈이 산문 《허송세월》로 돌아왔다. 종이에 선명하게 찍힌 첫 문장에서 감지되듯 그는 죽음마저 일상적 루틴으로 여기는 ‘글 쓰는 실무형 노동자’다. 어느덧 여든에 가까워졌지만 그는 어느 때보다 부지런히 바라보고, 생각하고, 글을 쓴다. 그 오래고도 성실한 노동의 흔적이 이 책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 늙어 가는 일의 즐거움을 논하는 글로 운을 떼어, 도로변의 투명 벽에 부딪쳐 죽는 새들과 철모를 남기고 간 옛 병사를 향한 헌사로 닫는 45편의 산문은 ‘본래 스스로 그러한 운명’에 포박되어 있던 가엾은 중생의 말에 바치는 송가다. 꽃과 새와 밥과 꿈에 뒤엉킨 이 시대의 기쁨과 슬픔을 애달프면서도 때로는 웃음기 있게, 명료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낸 언어의 짜임이 눈부시다.

◎ 은랑생각

· 이 책은 김훈 작가 식 삶의 비애와 아름다움이 담긴 45편의 글이 실려있다.
삶의 이야기들을 그만의 단단한 문장들로 표현해서 일상에서 쉽게 지나쳤던 많은 것들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또 단어 하나하나 고심해서 쓴 작가의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문장 하나도
생각하며 읽게 되고 다양한 분야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담백하고 솔직하게 쓴 수필집이고 일기처럼 잔잔하게 쓰여있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더 좋다.

· 작가의 깊고 진한 세월이 느껴지고 곱씹어 읽을수록 글맛이 더 난다는 것이 실감 나는 책이었다. 간결하고 깔끔한 표지처럼 글 안에서도 군더더기 없는 진정성이 묻어났다.
노년의 일상생활과 글쓰기에 대한 그의 신념 그리고 곁들여 역사 속 인물들과 현재를 살고있는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든에 가까운 작가는 오후에 두어 시간 햇볕을 쬐면서 세월을 보낸다고 한다.
열심히 일했던 지난 시간도 뒤돌아보면 헛된 것처럼 느껴지는데 햇볕을 쬐며 보내는 시간은 몸과 마음이 충만해진다고 한다.
때로는 의미없이 느껴지는 시간도 누군가에겐 중요한 의미가 될 수 있음을, 꼭 생산적인 일에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면 다른 이에게는 허송세월처럼 보이더라도 스스로는 살아있음을 깨닫게 하는 시간이 될 수 있음을 자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