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28년 아일랜드 코크 주 미첼스타운에서 태어났다.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역사학을 수학하고 영국으로 이주, 1964년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휫브레드상, 오헨리상, 왕립문학협회상 등 수많은 문학상을 받았고 5번의 부커상 후보 외에도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매해 거론되고 있다. 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77년 대영제국 커맨더 훈장을 1994년 문학 훈위 칭호를 받았으며, 2002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기사 작위를 수여받았다. 아흔에 가까운 나이에도 꾸준히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수백 편의 단편과 18권의 장편을 발표했다.

◎ 역자 : 민승남

·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중이다. 2021년 「켈리 갱의 진짜 이야기」로 제15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했다.

◎ 독자들의 한줄생각 & 한줄느낌

· 나는 언제나 트레버를 읽고 또 읽는다. 그리고 항상 놀란다. 현실에서처럼 소설 속 인물들은 끔찍한 행동을 하지만 트레버는 어떠한 판단도 없이 그들을 바라본다
· 언어의 장인인 동시에 통달한 이야기꾼. 트레버는 내가 가장 존경하는 현대 문학가 중 한 명이다
·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듯한데도 담백하게 느껴지는 글. 다시 읽어지고 싶어지는 문장들
· 다양한 삶에 대해, 누군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감정을 섬세하게 다룬 윌리엄 트레버.
· 트레버 소설의 특징은 군더더기 없는 적확하고 생생한 묘사, 흔들림 없이 정밀한 인물 설정, 칼같이 예리한 동시에 불가사의한 부드러움을 지닌 소설적 시선에 있다
· 트레버를 아는 독자들에게는 만족스러운 마무리가 될 것이고, 트레버를 처음 읽는 독자들에게는 그의 이전 작품들을 찾아 읽게 할 좋은 이유가 될 것이다

◎ 책속에 밑줄긋기 , 다시한번 생각해보기

· “브람스? 우리 브람스에 도전해볼까?” 그녀가 말했다.
미스 나이팅게일에게 첫 레슨을 받고 있는 소년은 아무 말이 없었다. 하지만 조용한 메트로놈을 바라보며, 그 조용함이 기쁨을 주기라도 하듯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더니 피아노 건반을 누르기 시작했고, 첫 음들이 울렸을 때 미스 나이팅게일은 자신이 천재와 함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과거에 댄서였던 그녀는 이제 출판사 원고 검토자로 일하고 있어서 검토 의뢰를 받은 타이핑 원고를 카페로 들고 올 때가 많다. 오늘 아침에는 두 편을 가져왔는데 중세 살인 미스터리와 오스트레일리아 오지 배경의 열정적 사랑 이야기다. 어느 작품도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다. 둘 다 글의 질이 떨어지고, 그녀는 전문가의 정중한 태도로 모든 걸 숨김없이 기록한다. 가끔은 감동을 받고, 오직 즐기기 위한 독서를 하던 때처럼 글에 끌리기도 한다.

· 텔레비전을 보고 <이브닝 스탠더드>를 읽은 후 잠자리에 들 때는 집안이 좀 따듯해져 있었고, 쓸쓸한 기분도 나아진 상태였다. 가끔은 혼자인 게 나쁘지 않았고, 특히 피곤할 때는 아무 노력도 할 필요가 없어서 더 그랬으며, 텔레비전을 끈 후의 정적이 위안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정적은 공백일 수도 있었고, 그렇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 책소개

· 천재 소년을 제자로 받아들인 피아노 선생님, 환경미화원에게 시신으로 발견된 중년 부인, 기억장애에 시달리며 거리를 헤매는 그림 복원가 등 얼핏 평범해 보였던 등장인물들이 예상치 못한 놀라움을 선사하며 삶에 대한 그리고 소설에 대한 깊은 통찰을 우리에게 넌지시 드러낸다. 트레버를 그리워했을 많은 독자와 작가들의 아쉬움을 달래줄 이 마지막 단편집은 민승남 번역가의 번역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경이로운 수준으로 ‘언어의 경제’를 보여주는 트레버의 문장을, 역시 담담하면서 절제된 문장으로 옮겼다.

· 모파상, 체호프, 조이스의 뒤를 잇는 단편소설의 거장 윌리엄 트레버. 무려 백 편이 넘는 작품을 발표한 그는 드물게도 장편과 단편 모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작가다. 그럼에도 자신을 단편 작가로 소개하기를 좋아했던 그는 ‘영어권에서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단편 작가’였다. 생전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었던 그가 2016년 세상을 떠났을 때 전 세계 독자와 작가들이 그를 추모하며 아쉬워했다. 그런 아쉬움을 달래주듯 그가 남긴 단편집이 사후인 2018년 출간되었다.

◎ 은랑생각

· 일상적인 풍경 속에 숨겨진 개개인의 사연과 여러 겹의 심리를 그려냈다.
사건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기도 하고, 때론 끝에 가서 반전이 있기도 하고, 상황이 종료되며 사건이 해결되기도 하지만 의미를 정리하거나 결과를 명확히 드러내지 않고 의도가 숨겨진 대화나 끊겨있는 인과관계를 그대로 두어 여운을 음미하게 한다.
글 속에서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작가의 뜻을 생각하며 곱씹어 읽다 보면 다양한 해석과 깊은 뜻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 평범한 인물들에 대한 관찰자 시점의 소설로 어떠한 판단이나 편견 없이 서술해 나가는 이야기의 방식에 빠지면서 작가만의 섬세함에 놀라게 된다.
뒷장으로 넘어갈수록 마치 독자가 느낄 감정까지 알고 있었다는 듯이 쓰여진 글은 왜 윌리엄 트레버를 단편소설의 거장이라 부르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그의 글에선 공동체에서 소외되거나 배척당하는 인물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비록 비주류에 경제적으로 풍족하진 않지만 적어도 자신의 삶안에선 드라마틱한 상황속 주인공이란 점이 잘 드러나 있다.
본인도 인식하기 어렵고 남들도 눈치채기 어려운 섬세하고 복잡한 감정을 묘사하는 작가의 탁월한 솜씨에 감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