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의 세시풍속
어촌에서 이루어지는 세시풍속도 농촌의 세시풍속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일부 지방에서는 어로(漁撈)에 한정하여 특정한 풍속이 전하기도 한다. 이 역시 계절이나 시기를 두고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행사로 오랜 관습에 따라 굳어진 하나의 생활 형태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바다는 거친 풍랑과 깊은 물결로 인하여 위험하기 짝이 없는 환경이므로, 자연신앙이나 조상숭배 그리고 종교적 주술행위에 대하여 일부 다른 면을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이들 어촌의 세시풍속은 풍어(豊漁)나 기복신앙을 포함하여 뱃일 중에 당할 수 있는 위험을 타파하는 지혜를 전수하는 것까지도 보여주고 있다.
 
정초 뱃고사
정초가 되면 선주(船主)들은 뱃고사를 지낸다. 정초란 정월의 처음이라는 뜻이니, 어로에 있어서도 새해의 새로운 출발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는 안택고사(安宅告祀) 때처럼 배 안에 있는 성주신에게 술과 과일 그리고 음식을 차려놓고 한 해의 풍어와 안전을 기원한다. 바다에서 고기가 많이 잡히고 안 잡히고는 인력으로 할 수 없고, 오로지 바다의 조화에 의해 좌지우지되었다. 따라서 뱃사람들은 안전을 위협하는 변덕스러운 바람신을 달래기 위해 서낭당을 찾아 치성을 드렸다.
뱃고사의 순서는 먼저 마을의 성황당에 가서 제사를 올리는 것이 상례이며, 이때 제주(祭主)는 무녀를 대동하여 고사를 치르는 경우도 많았다. 서산시 부석면 창리의 영신제 역시 그런 일종이다. 바다는 거칠고 드넓어 남성에 비유되는데, 바다를 다스리는 신 역시 용왕으로 남성에 해당한다. 소설 심청전에 나오는 심청이 바다에 장사 지내진 이유도 배의 안전항해를 위한 일종의 제사로 남신(男神)에게 고하는 예에 속했다.
고기를 잡는 일은 ‘잘되면 북 치고, 안 되면 가슴 친다.’고 할 정도로 기복이 심한 일에 속했다. 따라서 반드시 풍어를 이루어야 하는 심정으로 정초에는 배의 성주신에게 고사를 지내며, 가을에는 배의 성주신에게 안택고사를 올린다. 뱃고사를 지낼 무렵 상가에 다녀왔다거나 어린아이라 할지라도 부정이 있다면 부정쓸기를 하였다. 이 부정쓸기는 마른 짚에 불을 붙인 후 이물에서부터 휘둘러가다가 고물에 닿으면 내다 버렸다. 이로써 배 안의 부정을 태워 없애는 것이었다. 이물은 뱃머리 즉 선수를 의미하며, 고물은 배의 후미 즉 선미를 의미한다. 이는 고사 후 소지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풍선고사(豊船告祀)
뱃사람들은 정초뿐 아니라 매번 어로잡이를 나설 때에도 만선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기원하는 풍어제를 지낸다. 이것은 지내는 방식이나 그 규모가 지역별로 다르며 부르는 이름도 각기 다르지만, 대체로 고기가 많이 잡히기를 바라는 풍어제로 통칭할 수 있다. 이때는 오방색 기를 세우고 굿을 하는 데, 황청백적흑의 오방색이 사계절을 나타내며 목화토금수의 우주만상을 표현하기도 한다. 따라서 어디에 가든지 신의 가호를 받기 원하는 의미와 함께, 그 속에서 하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