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발생한 미국발 금융위기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전 세계의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위기의 강도는 국가마다 다르게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한 국가 안에서도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별로 경제위기의 영향은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자체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현실에서 주간소통신문은 국내외 사례를 통하여 지자체의 지역경제에 대한 영향력을 다시 살펴보고, 익산시가 나아갈 방향을 찾아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현대적인 지방자치제도가 정착된 이래 선진국의 지역들은 자체적인 역량에 의하여 성쇠의 운명이 갈렸다.  물론 중앙정부가 기본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발전을 주도하는 것은 지방정부의 역량에 따라 결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의 역량을 결집하고, 창조적으로 강점을 개발하는 지역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다.  오늘날 지역은 발전을 위하여 한 국가 내에서는 물론 국가를 넘어서 세계적인 경쟁의 무대에 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선진국의 지방자치제도에서는 자치권을 갖는 지역이 지역발전의 책임도 상당부분 부담하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이번 기획에서는 먼저 해외 지자체의 사례를 통하여 지역 리더십이 어떻게 지역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지역 리더십의 실체는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스코틀랜드 제일의 도시 글래스고(Glasgow)는 20세기 초까지 융성한 도시였다.  그러나 조선 및 중공업의 가격경쟁력 상실로 쇠퇴를 거듭하면서 1961년에 110만명이던 인구가 1990년에는 70만명으로 감소하였고, 일자리 또한 1980년대까지 제조업을 중심으로 14만개가 줄어들었다. 

이에 1980년대 초 글래스고市는 문화와 서비스산업 육성을 목표로 투자 유치에 주력하였다.  이를 위하여 시 정부와 의회, 스코틀랜드 개발기구와 유관기관, 글래스고 개발기구와 지역상공인들이 대거 참여하였다.

이들은 투자유치의 최대 걸림돌인 부정적인 지역이미지 쇄신을 위하여 지역마케팅에 주력하였다.

이를 위하여 글래스고 액션(Glasgow Action)이란 민관합작기구를 만들고 내실 있는 축제를 운영하였고, 각종 시설 확보와 이벤트 개최로 1990년 659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글래스고는 나아가 ‘글래스고 개발청’을 만들고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했다.

이를 통하여 콘서트홀과 쇼핑센터 등 문화관광 인프라를 확충하면서 ‘예술, 문화가 살아있는 관광과 서비스산업 도시’로 재탄생하였다.

글래스고는 해외에 도시마케팅을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하여 큰 성과를 거두는 한편 지속적인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도심재개발을 통하여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액시온은 1961년 미국인 조셉 블래치포드(Joseph Blatchford)에 의해서 설립된 후 소액신용대출(micro-credit)과 경영지도를 실시해 온 사회적기업이다. 

액시온은  당초 남미의 도시빈곤 타파를 위하여 각종 기술지도 등을 실시하던 중 1973년부터 소액신용대출을 하여 왔으며, 현재 26개국에 진출하여 창업지원을 통한 빈곤문제 해결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액시온은 1991년 미국의 빈곤문제 해결에 일조하기 위하여 액시온 USA를 설립하였다.  이후 저소득층에 대한 소액대출은 물론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하여 ‘마이크로 보험’과 예금상품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액시온 USA는 지역사회의 대학, 사회복지기관, 교육훈련기관은 물론, 기업 및 금융기관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지방정부와도 각종 협약을 체결하고 많은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액시온 USA의 사업영역에는  소액신용대출, 대안금융사업, 지방정부 협력사업 등이 있다.  이 중 주목할 점은 지방정부 협력사업이다. 

액시온 USA는 지방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으며, 지역기업에게 각종 경영 기술 컨설팅을 제공하고 지역에 소액신용대출을 실시한다.

또한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금융교육, 세금 및 신용관리 교육 등을 제공하는 등 지식기반 공공서비스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서 액시온 USA는 전체 수입의 20%를 정부로부터 확보하고 있다. 

액시온 USA는 2007년에만 540억원을 영세자영업자 3,683명에게 대출하였는데, 액시온 고객들의 사업성공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방정부가 고도의 전문성과 사회공헌의지를 가진 사회적기업과의 협력을 통하여 사회문제 해결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독일의 볼프스부르크市는 세계적인 자동차회사 폴크스바겐(Volkswagen AG)이 있는 곳이다.  1990년대 이후 경영위기로 폴크스바겐은 비용절감을 위해 해외이전을 고려하였다. 

그러나 볼프스부르크市가 폴크스바겐 공장의 해외 이전을 막기 위하여 노-사-정 협력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였다. 

그 결과 ‘아우토비전 프로젝트(Autovision Project)’가 수립되었고, 1999년에는 시 정부와 폴크스바겐이 공동출자한 ’볼프스부르크 주식회사(Wlfsburg AG)‘가 설립되었다.

볼프스부르크 주식회사는 일자리 창출과 혁신을 통한 시 전체의 지속가능한 경제구조 구축을 위하여 ▲일자리 창출을 위하여 신규 창업에 필요한 창업자금과 정보, 각종 노하우 제공을 하는 혁신캠퍼스사업 ▲지역내 부품제조업체들에게 부품단지를 제공함으로써 사업의 안정과 연구개발 공유효과를 도모하는 부품업체 지원서비스 ▲자동차의 생산은 물론 자동차와 관련된 다양한 체험상품을 제공하는 체험월드 구축 ▲이런 과정을 통해서 창출된 일자리를 지역 내 구직자와 연결시키고 각종 직업교육을 실시하는 인력서비스회사 운영 등의 핵심사업을 추진했다.

아우토비전 프로젝트는 7년 동안 100여개의 기업을 유치하고, 200여개 기업의 창업지원으로 7,500개의 직접적인 일자리를 만들었으며, 시 전체적으로는 2만3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하였다. 

그 결과 1996년 18%에 달했던 지역내 실업률은 2005년 8%로 감소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나아가서 폴크스바겐을 중심으로 자동차 부품제조-유통-관광-컨설팅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자동차산업의 전후방 연관효과와 시너지효과를 극대화 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1991년 파산을 선언한 미국 메사추세츠주 챌시市의 파산 원인은 비합리적인 행정관행과 비효율적인 인력관리로 인한 재정악화였다.

세수감소와 비합리적인 예산운영으로 인한 파산선언 당시 학교를 여는 것도 힘들었던 배경에는 전직 시장들의 부패와 독단, 토착세력들과 의회의 개혁 방해, 지역커뮤니티의 시정 무관심 등이 있었다. 

파산 후 주가 임명한 시정관리인의 파격적인 행정개혁과 지역주민들의 시정참여 유도를 통하여 재정재건을 한 결과 1995년 시정관리인 체제에서 벗어났다. 

재정재건 성공은 시의 장기채무가 없었고, 파산 당시 누적된 적자가 크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많은 공무원이 정리되었고, 각종 공공서비스 요금이 오르는 등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1994년 파산을 선언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의 파산 원인은 16억 달러에 이르는 파생금융상품 투자 손실이었다.  이런 엄청난 손실 뒤에는 정치적 분열에 따른 공공기금 관리 부재, 세금 인상은 반대하면서 높은 수준의 행정서비스를 요구함으로써 무리한 공공자금 투자운용을 부채질한 유권자, 중앙정부와 주정부의 재정악화로 지방교부금 삭감에 따른 지방정부의 기금투자운용제한 완화조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파산 후 재정재건 과정에서 사회복지비용과 정부지출을 대폭 삭감했고, 행정의 효율화를 위한 구조 개혁을 단행했다.  우여곡절 끝에 채권을 발행하여 1996년 파산에서 벗어났지만 12억 달러의 채무가 남았고, 이를 갚기 위하여 앞으로 오랫동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처지에 있다.

2006년 파산한 일본 홋가이도 유바리시는 석탄산업의 사양화로 인하여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폐광처리대책으로 탄광 소유의 토지, 주택, 병원 등의 구입은 물론 학교, 시영주택, 상수도,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 구축에 소요되는 비용은 국가와 기업이 분담해야 했지만 유바리시는 지방채 5,200억원을 포함하여 9,200억원을 시재정으로 부담했다. 

폐광 후 유바리시는 관광진흥을 목적으로 민자를 유치하여서 리조트시설을 조성했으나, 장기불황으로 민간회사가 떠나자 시민의 고용유지를 위해서 스키장, 호텔 등을 매입하면서 재정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여기에 산탄지역진흥임시조치법이 2001년도 만료됨에 따라서 지방교부세가 급감하였다.  파산 당시 회계조작이 드러난 유바리시의 채무는 1조원에 달했으며, 이 중 지방공기업의 채무가 1,080억원이었다. 

유바리시의 재정재건계획은 20년 동안 4,000억원을 분할상환하고, 시 공무원의  50% 감축과 인건비 40% 삭감, 공공시설의 통폐합, 각종 지방세 인상과 신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따른 시민들의 고통이 매우 큰 상황이다.

여러 사례들을 통하여 지역 리더십이 지역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지역 리더십은 지방행정부서와 유권자, 기업, 각종 기관들이 협력할 때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지역 구성원들이 지역의 문제를 인식하고, 해법의 공동개발 및 실천을 하는 가운데 미래의 비전을 공유할 때 생산적인 지역 리더십이 만들어진다. 

결국 협치를 통한 상생의 철학이 지역발전을 이끄는 강력한 지역 리더십을 낳는다.  파산한 지자체 주민들이 겪는 수입 감소와 복지혜택 삭감은 주민들의 이기주의와 무관심이 자초한 결과라는 교훈을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