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발생한 미국발 금융위기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전 세계의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위기의 강도는 국가마다 다르게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한 국가 안에서도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별로 경제위기의 영향은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자체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현실에서 주간소통신문은 국내외 사례를 통하여 지자체의 지역경제에 대한 영향력을 다시 살펴보고, 익산시가 나아갈 방향을 찾아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제2부 지역경제를 일으킨 우리나라 지자체 사례

□지자체, 이제는 뭔가 보여줘야 할 때

1995년에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도가 본격적인 막을 열었다.  이후 우리나라 지자체들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수많은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초창기에는 상당수 사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함은 물론 예산낭비와 지역의 갈등 조장 등과 같은 부작용을 양산했던 것이 사실이다.

초창기 실패는 지자체의 전문성 부족, 단체장의 독단, 공직사회의 비리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체도의 본질인 ‘협치’의 ‘부재’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 지 벌써 15년이 지난 지금, 값비싼 통과의례를 치룬 지자체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뤄내야 한다. 

본지에서는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의 대표적인 성공사례 두 가지를 통하여, 여건이 열악한 지자체가 어떻게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뤄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문불여(文不如) + 홍길동 = 주식회사 장성군
‘장성’이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예로부터 장성은 호남 유림의 중심지였다. 필암서원, 고산서원, 봉암서원 등 3개의 서원이 있는 장성군은 퇴계 이황과 사단칠정론을 벌인 기대승, 조선 성리학의 6대가 중 한 명인 기정진을 배출한 고장이다.

그래서 ‘장성에 가서 학문자랑 하지 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교육의 얼이 고장이다. 그러나 장성은 지역의 대부분이 산악지형으로 경제여건이 척박한 지역으로서, 다른 산촌지역과 같이 산업화 이후 지속적인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1995년, 잠에서 깨어나다

장성 또한 지속적인 인구 유출, 지역성장을 견인할 기업 부재, 노인인구비율 급증  등과 같은 농촌문제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희망 없던 지역 장성은 1995년 지방자치제 실시로 민선군수

김흥식이 군정을 책임지는 것을 계기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후 장성군은 눈부신 변화를 거듭했다.  정부의 각종 평가에서 최우수 부문을 석권하면서 매년 시상금만 10억원을 받아내고, 대규모 정부지원사업을 따냄은 물론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협력업체들이 모여들었으며, 호남권 내륙화물기지까지 유치함으로써 전국 지자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발군의 성과를 이뤄냈다.

교육에서 혁신을 찾다

김흥식 군수는 낙후된 장성을 혁신하기 위하여 교육에 모든 것을 걸었다.  김 군수는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람이고,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교육’이라는 믿음으로 공직사회의 교육혁신을 주도하였다. 

김 군수가 만든 혁신의 중심인 ‘21세기 장성아카데미’는 1995년 9월 15일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래 지금까지 계속 되고 있다. 

당초 공무원들의 의식개혁을 목적으로 유명인사들을 초빙하여 강연 및 토론형식으로 진행되는 ‘장성 아카데미’는 공직사회를 넘어서 군민들의 지식과 교양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아울러 민-관이 목표를 공유하면서 활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장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혁신의 산파역할을 담당했다.

교육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혁신을 위한 교육

김 군수가 추진한 장성군의 공무원 교육혁신은 6단계로 추진되었다. 즉 혁신주도조직을 구성하고 공직사회의 의사소통을 활성화함으로써 공직사회를 자발적인 학습조직으로 만들며, 이를 토대로 공직사회의 전문성과 행정서비스 혁신을 이뤄내고, 혁신성과의 평가 및 인센티브 시스템을 구축하여 ‘혁신을 위한 교육의 계속성’을 확립하는 것이 주요내용이었다. 

김 군수가 추진한 교육혁신의 결과, 장성군의 공무원 1인당 교육시간은 130시간, 공무원 1인당 교육비는 220만원으로 일류 대기업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우리나라 공무원 평균 교육시간 30시간, 평균 교육비 50만원과 비교할 때 장성군의 교육투자에 대한 열의와 공무원의 능력계발 정도를 알 수 있다.

만약 다른 지역이 홍길동을 들고 나왔어도 성공했을까?

이런 교육투자의 결과 장성군은 많은 행정혁신기록을 만들었다. 전국 최초의 자자체 홈페이지 개설, 전국 최초의 지자체 전자결재 시스템 도입, 군단위 최초의 CI도입, 각종 경영혁신대상 석권 등 장성군은 그야말로 뭔가를 보여주었다. 

특히 장성군은 허균의 소설 ‘홍길동전’의 배경임을 내세워 지자체가 주도하여 홍길동을 캐릭터로 한 문화콘텐츠사업으로 놀라운 성과를 이루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국비가 투입되어 2012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되는 23만M2(7만평)의 홍길동 테마파크 조성사업을 따냈으며, 문화콘텐츠를 활용하여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룬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외의 각 지역마다 고유한 문화콘텐츠가 있지만 이를 대중적인 문화상품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임을 감안할 때, 교육혁신과정에서 찾은 문화콘텐츠를 산업으로 만들고 있는 장성군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혁신은 원칙 있는 리더에서 나왔다

장성군의 사례를 보면, 김 군수가 혁신을 만든 교육환경 조성의 주역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김 군수의 과감한 결단력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김 군수의 원칙 있는 행동이다.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발전비전을 가졌던 김 군수는 혁신을 위해서 많은 장애물을 제거하면서 ‘학습도시 장성’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리고 혁신을 추진할 수 있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공무원은 물론 주민들과 대화를 하였으며, 투명한 인사행정과 교육투자를 통하여 공직사회에 참신한 바람을 불어 넣었다. 

김 군수는 지역적인 혁신 추진의 최대 장애물인 도덕적 흠결을 막기 위하여 처신에 남다른 주의를 하였다고 전해진다. 

□ 나비와 함께 날아오르고 있는 함평군

가진 것이 없다고  희망도 없는 것은 아니다

1998년 민선 2기를 맞은 전남 함평군은 자원, 사람, 경관 등 내세울 것이 없는 전남의 오지였다. 

방송국 PD 출신으로 함평군의 민선 2기를 맡은 이석형 군수는 너무도 가진 것이 없었던 함평의 발전전략에 고심을 하였지만 마땅한 전략이 없었다. 

그러던 중 낙후된 함평의 유일한 경쟁력인 생태환경에서 길을 찾았다.  이 군수는 ‘친환경’, ‘얼굴 있는 농축수산물’, ‘종합관광지로의 도약’을 컨셉트로 잡고 이를 현실화할 방법으로 축제를 선택하였다. 

이 군수에 반대하던 공무원들과 지역주민들을 끊임없는 대화를 통하여 설득하고, 메밀과 유채,  자운영을 테마로 하는 축제를 준비하였다. 

불과 3명의 전담직원으로.  그런데 어렵게 준비하였던 ‘제1회 함평유채꽃대축제’는 태풍피해와 관광유치 경쟁력 열세로  무산되었다. 

유채꽃축제의 좌절 이후 이 군수는 나비에 해박한 지식을 갖춘 아마추어 나비연구가 정헌천(현 함평곤충연구소 소장)을 만나서 나비와 유채를 테마로 하는 축제를 구상하였다. 

이후 이 군수를 비롯한 함평군과 정 소장은 수많은 난제를 해쳐내고 1999년 ‘제1회 함평나비축제’를 개최하였다. 

불과 5일의 축제기간 동안 무려 60만명이라는 엄청난 관광객이 몰려들어서 축제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불과 6개월의 준비기간 동안 그들은 완전히 무에서 유를 창조하였다.  나비를 채집하여서 수정란을 확보하고 이를 부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으며, 축제를 몇 달 앞두고 축제장소 맞은 편 산에 발생한 산불로 축제를 망칠 위기에 처하는 등 수많은 난관을 돌파하였다. 

불에 타서 민둥산으로 변한 산에 나무와 꽃을 심어서 초대형 나비동산을 만듬으로써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도 하였다. 1999년의 그들은 나비에 완전히 미치기 시작하였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함평나비축제는 회가 거듭될수록 새로운 컨셉트를 개발하면서 계속 진화하였고, 성공적인 홍보전략으로 대중적인 인지도가 계속 높아졌다. 

이와 더불어 교통여건이 매우 열악하였던 함평 인근에 고속도로와 국도, 무안공항이 개통되면서 접근성이 크게 향상되었다. 

이런 여건의 변화 속에서 함평의 나비는 1999년부터 2007년까지 12백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모았고, 이로 인한 수입은 860억원에 달했다. 

이 기간 동안 들어간 비용이 48억원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를 거둔 것이다.  함평의 눈물겨운 노력은 거액의 국비가 투입된 ‘2008 함평나비곤충엑스포’로 꽃을 피웠다. 

나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곤충을 체험하고 곤충을 활용한 산업의 가능성을 확인한 엑스포 행사로 45일 동안 관람객 126만명, 입장수입 93억원이라는 성과를 거두면서 함평의 나비는 더 높이 비상 할 계기를 만들었다. 

또한 연간 관광객 수도 1995년 20만명에서 2008년 800만명으로 증가하는 등 엄청난 성공을 만들어 냈다.

함평의 지역경제를 바꾼 나비의 꿈은 계속된다

함평군은 나비축제를 지역발전의 전략으로 선택하여서 모든 것을 집중하였다. 이제 함평군은 나비축제의 성과를 다양한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

먼저 나비와 곤충 사육을 산업화하고, 생태휴양관광을 개발하였으며, '함평군-전남대 공동R&D센터‘를 통하여 곤충산업 시장을 개척하는 한편 나비 콘텐츠를 이용한 캐틱터산업 등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와 함께 청정이미지를 지역마케팅의 키워드로 활용함으로써 지역의 농축산물 경쟁력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지역을 일으키겠다는 일념에 미친 이 군수와 공무원들의 열정으로 부화된 나비의 날갯짓이 지역의 경제지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