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직계존·비속 등 수의계약 제한 대상자 관리도 안 돼

익산시의회 의원들의 겸직신고가 형식적이어서 직무 관련 상임위 배정이 버젓이 이뤄지거나 배우자 등 수의계약 제한자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투명하고 공정한 의사결정을 위한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방의원이 겸직하는 직무의 수행업무내역, 해당분야, 영리성 여부, 보수수령 여부 등 신고내역을 구체화해 정확한 신고를 유도하고, 이를 상임위원회 배정 및 이해충돌 상황시 기본자료로 활용토록 권고하고 있다.

또 지방의원의 배우자나 직계 존·비속 등 수의계약체결 제한 대상자 파악 및 관리를 통해 영리거래 금지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익산시의회는 겸직 기관·단체명, 직위, 재직기간, 보수, 주소, 전화번호 등 기본적인 사항만을 접수하고 있다. 또한 선거 직후 1회 일괄접수 후 추가적 현황 파악이 없어 정확성이 떨어질뿐더러 홈페이지에 공개도 되지 않고, 신고내용에 대한 확인방법이나 절차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의원 각자의 신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익산시의회 사무국이 지난해 지방선거 직후 25명의 의원들을 대상으로 받은 겸직신고에 따르면 총 9명의 의원이 겸직사항을 신고했다. 식품업체 대표, 체육관 관장, 운수업체 이사, 화방 대표, 석재업체 대표, 시민단체 이사, 세무회계사무소 대표, 차문화원 원장, 의류매장 대표 등이다.

하지만 신고된 기관·단체가 구체적으로 어떤 업을 영위하고 있는지, 의원이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에 대한 파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관련 조례가 소관 상임위원회 직무와 관련해 영리행위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무 관련 상임위 배정이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회계사무소 대표가 세무·징수·회계업무를 관장하는 기획행정위원회에서 활동하거나 임기 직전까지 음식물류폐기물 수집·운반업체 경영자였던 의원이 보건복지위원회에 들어가거나, 석재업체 대표가 산업건설위원회나 보건복지위원회에 배정되는 식이다. 20년 가까이 건설업체 대표이사를 맡다가 임기 직전에 사임하고 건설국 소관 업무를 심의·감사하는 산업건설위원회에 들어간 경우도 있다.

의회 차원의 수의계약 제한 대상자 파악 및 관리나 익산시 계약부서의 검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권익위가 행정안전부 및 집행기관과 구분지어 지방의회로 하여금 수의계약 제한 대상자 파악 및 관리를 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익산시의회는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

익산시 계약부서 역시 수의계약 전에는 정보 부족으로 제한자 원천 배제가 불가능하고, 의원의 배우자나 직계 존·비속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제출받아야 하는데 이를 계약구비서류로 요청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로서는 수의계약시 작성하는 각서에 제한대상 등 결격사유가 적시돼 있어, 위반시 계약해지나 부정당업체 제재처분 등 사후적 대처만 가능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익산시의회 관계자는 “지난해 7월 겸직신고를 받으면서 상임위 배정 희망을 같이 받았고, 협의와 수차례 변경 끝에 배정이 이뤄졌다”면서 “권익위가 제시한 표준안을 토대로 겸직신고가 구체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조례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