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 고석정 

소통신문이 창간 10돌을 맞이했습니다. 은근과 끈기로 변함없이 곁을 지켜주신 독자님들의 성원 덕분입니다. 소통신문의 지난 10년, 하룻밤 자고 나면 강산이 변하는 시대를 관통하면서 숱한 파란곡절을 겪어왔습니다.

마디마디에 새겨진 지나간 사건들을 지상에 일일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일일 것입니다. 소통신문은 공기(公器)로서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내적으로 겪은 일들에 대한 보도 자제를 원칙으로 삼아왔기 때문입니다.

또한 소통신문 구성원과 충돌했던 상대방들이 대분분 자연인으로 돌아가 비판의 대상에서 비켜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곡절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비판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은 말할 수 있습니다. 어떤 권력은 비판하는 모든 글들에 대해 사법적 책임을 묻는 무리한 고소를 일삼았습니다.

어떤 권력은 재임기간 내내 시정홍보 대가로 지불하는 홍보비를 끊고, 어떤 권력은 주변과 결탁하여 주변으로 하여금 소통신문의 구성원을 사법기관에 음해토록 하였습니다. 연중 3할의 시간을 사법기관에서 조사를 받고 재판을 받는데 소진했습니다.

과중한 재정난과 필화(筆禍)를 지고서도 반듯하게 걸어온 길입니다. 돌아봅니다. 아아! 저 길을 어떻게 걸어왔을까.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고 다시 가보라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권력과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건강한 간격을 유지하며, 삼중고(三重苦)를 지고서도 비틀거리지 않을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언론'이라면 저 길을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언론은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주민들에게 '유익한 바'를 좇지 않을 지역신문이라면 필요하지 않습니다. 지방자치 실시 이래 지역언론의 가치와 필요성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습니다.

선출된 단체장들이 자치행정 조직을 사유화하는 경향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치행정 조직은 단체장의 무소불위적 인사전횡에 장악되기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무원칙한 대민행정행위가 빈발하고, 세금을 단체장의 호주머니돈 쓰듯 하는 게 예삿일이 되었습니다.

시민들의 안녕과 도시의 미래를 해치는 정책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툭하면 정책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시민들을 속이고, 부적격·무자격자에 대한 위인설관으로 공조직을 사적 조직으로 전락시키는 일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편에선 물불 가리지 않는 무모한 일들이 벌어지고, 다른 한편에선 그 반작용으로 무기력증에 빠져 있습니다. 일을 벌이는 축은 소수이고 복지부동하는 축은 다수라는 점이 그 심각성을 더합니다. 장기간 수습되지 않고 있는 대형 행정사고들이 그것을 방증합니다.

지역언론이 맞닥뜨리는 자치단체의 현주소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단체장들은 잘 하는 일만 부각되기를 바랍니다. 비판받을 일은 은폐하려고 합니다. 한 발 더 나아가 비판언론에 불이익을 주고 직·간접적인 고소·고발 공세로 언론에 재갈 물리기를 기도하는 단체장도 있었습니다.

그런 부적절한 언론관을 지닌 단체장들이 소통신문에 삼중고를 안겨준 장본인들입니다. 도시 전체를 불행에 빠뜨리는 일에 대해 침묵하는 것이 정상적인 지역언론이라고 생각하는 비정상은 또 지역언론 환경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창간 10돌을 맞이하는 오늘, 후원과 성원을 아끼지 않으신 독자님들이 한층 더 소중해집니다. 여러분들의 힘이 아니었다면 소통신문이 어떻게 그 혹독한 시련을 견딜 수 있었겠습니까. 덕이 있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이웃이 있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언론의 덕은 '공의로움'일 것이니, 그 덕을 더 두텁게 하여 독자님들께 보답드리겠습니다. 오늘 10주년의 의미를 빌려 독자님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소통신문은 고비 때마다 금언을 떠올렸습니다. '권력에 빌붙어 눈을 감고 귀를 막는 것은 독자를 잃는 길이다'

'독자가 외면하는 신문이 존속할 수는 없다' 뜨거운 시선을 거두지 않는 분들을 배신하지 않고, 원칙을 지키며 '정의'라는 지표를 한결같이 좇는다는 것은 그렇게 극단적인 다짐의 연속이었습니다. 익산지역의 언론환경이란 이렇듯 척박합니다.

종교적 지향이 아니고는 무시로 엄습하는 외로움과, 절망감과 거대한 피로의 해일을 극복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좀 더 집중하여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세상의 사랑이 그들에게 닿도록 전력을 다해 뛰겠습니다.

갈등과 반목으로 입은 지역사람들의 상처를 지역사회 전체가 공유하고 치유하는데 메신저가 되겠습니다. 지역의 더 나은 내일에 기여하는데 불퇴전의 태세를 잃지 않겠습니다.

지나온 10년의 결의가 그러했으며 내일의 각오 역시 그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