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식품클러스터는 동북아 식품시장의 허브를 표방하며 2007년부터 익산 왕궁면 일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국책 사업이다.

대표적인 도농복합도시인 익산은 농업인구가 전체의 10%에 육박할 정도로 농업 의존도가 높고, 이에 따라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유지하고 보전할 필요성 역시 매우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산업구조와 도농간 연계 발전방안의 미비, 특화된 전략품목의 부재 등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국책 사업으로 펼쳐지고 있는 국가식품클러스터는 익산에게 다시없을 호기다. 익산이 150여개에 달하는 식품 전문기업과 10개의 연구소가 필요로 하는 원·부재료들의 도맡아 공급하는 체계가 구축된다면, 지역농업인들의 입장에서는 판로 걱정이 없는 계약재배를 할 수 있고 안정된 가격에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는 지위에 설 수 있다. 이는 지역농업 선순환의 밑거름이 된다.

입주기업 입장에서도 원·부재료 수급에 따른 물류비를 절감할 뿐만 아니라 재료의 선도가 담보되고 지근거리에서 수시로 원자재 품질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입주기업과 지역농업이 ‘윈윈’할 수 있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 국책 사업 목적 달성 위해서라도 ‘2단계 조기 추진’ 시급

현재 국가식품클러스터에는 국내외 식품기업 69개(국내 68, 국외 1) 및 연구소 4개소가 유치된 상태로 분양률은 43.5%를 기록하고 있다.

1단계만으로는 사실상 반쪽짜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에 익산시와 전북도, 지역 정치권 등은 지속적으로 2단계 조기추진을 요구하며 국책사업의 효과를 지역이 온전히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러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의 ‘새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대국민 보고회에서 발표된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국책사업의 온전한 효과를 위한 2단계 사업 조기추진에 기대가 모아졌지만, 아직까지 낭보는 날아들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조배숙 국회의원 주최로 열린 ‘국가식품클러스터 활성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정책토론회에서 한국식품연구원 권대영 책임연구원은 2단계 조기 추진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강조했다.

그가 발표한 ‘국가식품클러스터 단계적 발전전략’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진행된 1단계는 기반을 구축하는 하드웨어 성격을 띠고 있다. 반면 앞으로의 2단계는 경쟁력과 브랜드가치 제고, 종합지원시스템 구축, 배후산업 견인 등 소프트웨어적 성격이다.

2단계가 진행돼야 식품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세계 식품시장의 중심으로서 위상 강화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그는 “지금부터 2단계를 시작하더라도 예비타당성조사 1년, 승인 및 고시 1년, 실시계획, 용지보상, 착공 및 준공, 운영 및 소프트 설계 등 빨라야 2024년에 빅데이터제공센터나 국제비지니스센터 등을 통한 서비스가 시작될 수 있다”며 조기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익산시 역시 2단계 산업단지 구축기간 6년(행정절차 3년, 공사기간 3년)을 감안할 때 기업수요 발생시 즉시 분양과 투자유치의 연속성을 위해 사업의 조기 추진 필요성을 강조하면 농림축산식품부 문을 지속적으로 두드리고 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여전히 1단계의 분양률을 문제 삼고 있다. 국책 사업인데다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분양룰 제고를 통한 농식품부 설득과 함께, 결국 예산 확보가 키포인트라는 점에서 기재부 설득에 적극 나서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 측면에서는 올해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을 맡는 이춘석 의원 등 지역 정치권의 활약이 요구된다.

◇ 단순한 산업단지 조성사업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과 관계되는 국책 사업

국가식품클러스터를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에도 전방위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국식클은 정부가 세계 식품시장의 성장에 대응하고 식품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농어업의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시작했던 것으로, 2010년 국가식품클러스터 조성 및 지원센터 설립의 법적 근거가 식품산업진흥법에 마련됐고 2012년에 국가식품클러스터 종합계획(마스터플랜)이 수립됐다.

하지만 식품산업진흥법은 국식클 종합계획의 수립과 지원센터의 설립에 관한 사항만을 규정하고 있고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지원은 대단히 빈약해, 별도의 법적 기반 마련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에 조배숙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식클 활성화를 위한 배후복합도시의 조성, 입주기업 활성화 및 각종 기반시설과 부대시설 등에 대한 지원, 조세 감면 등의 내용을 담은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해당 상임위를 거쳐 법안소위로 넘겨져 관련 부처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하는 절차에서 멈춰져 있다.

정부 각 부처는 특별법의 특례조항이 타 법률에 저촉된다는 등 부정적 의견을 내고 있고, 특히 기재부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2단계 사업을 추진하고 배후도시를 조성하는 등의 내용을 두고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산시와 전북도, 지역 정치권이 기재부를 비롯한 부처간 이견을 최소화하고 설득하는데 진력하는 것이 요구된다.

지난 4월 조배숙 국회의원 주최 정책토론회에서 김기표 전 법제처 차장은 “현재 국식클 활성화를 위해 관할 지자체에 대한 재정지원 외에는 식품 관련 기업 등의 투자유치 확대를 위한 특별한 인센티브가 부족함에 따라 다른 국가산업단지와의 차별성이 부각되지 못해 기업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며 “특별법안은 국가식품전문산업단지 내 입주기업 등에 적용되는 관련 법령상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등 각종 특례를 마련함으로써 국식클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피력했다.

◇ 공공기관 된 국식클지원센터, 다양한 지원책 펼친다

국가식품클러스터의 투자유치, 다양한 입주기업 지원 등 국책 사업의 성공을 위해 지난 2011년 출범해 2016년 익산으로 이전을 마친 국가식품클러스터지원센터(이사장 윤태진)는 지난 1월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입주기업들의 안착을 위해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치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해 성장을 촉진함으로써 식품산업 혁신성장의 메카라는 원대한 꿈을 실현하는데 탄력이 붙게 된 셈이다.

현재 센터는 ▲기업의 수요가 많은 생산시설 구축, 신제품 출시, 공정안정화 등 단기애로기술지원 ▲인턴지원, 기업맞춤형 교육, 창업지원 랩 등 일자리창출 관련 지원 ▲스마트팩토리, 강소기업육성, 전시판매대 설치 등 기술·경영 지원 ▲법률, 세무, 인허가 등 입주기업의 접근이 어려운 분야에 있어 비즈니스 무료상담소 운영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의 연구개발성과 실용화 및 산업화 방안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식품 수출지원 사업안내를 통해 정부 유관기관간 지원사업 연계 등을 추진하고 있다.

◇ 입주기업 안착 위한 규제 완화 필요

익산시도 2단계 조기추진과 특별법 제정 촉구 외에 투자유치 및 입주기업 안착을 위해 현장여건을 반영한 규제 완화를 행정안전부에 적극 건의하고 있다.

지난 1월 국식클 현장에서 열린 정부혁신 전략추진단 현장 간담회에서 익산시는 지원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현장여건과는 동떨어져 있어 실제 활용도가 떨어지거나 여건 변화에 따른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국가보조사업의 지방재정투융자심사 제외,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지급기준 완화, 수입 원재료 소분업 제한적 허가, 임대용지 대상 확대 등을 건의했다.

◇ 지역에서 식품 전문인력 양성·수급 이뤄져야

정부나 국회 차원의 입장 변화와 함께 지역에서 식품 전문인력을 양성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식품연구원이나 소재 연구가 가능한 연구소를 유치하고 석·박사를 배출할 수 있는 식품대학원을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능한 인적자원을 배출·보유하게 되면 자연히 익산지역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지고, 기업유치에 있어 매력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앵커기업으로서 20~30만평 되는 큰 식품공장을 유치할 필요성도 있다. 생산·가공 관련 연계된 소규모 기업들이 딸려 들어오기 마련이다.

또 모든 식용작물이 재배 가능한 익산에서 소스산업을 특성화해 선도적으로 나서고 소스와 함께 안전한 보관이 가능한 용기도 함께 개발해야 접목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