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2일과 13일 이틀간 1만7,000여명이 왕궁리유적에서 황홀경에 빠졌다. 같은 달 30일에는 그 당당한 위용을 20년 만에 드러낸 미륵사지 석탑 앞에서 1,000여명이 새로운 천년의 시작을 축하했다. 내년 3월에는 익산문화권 대표 박물관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국립익산박물관이 개관을 앞두고 있다.
익산이 현재 가지고 있는 역사문화자원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관광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효과적인 체험 프로그램이나 콘텐츠, 상호 연계를 통한 벨트 조성, 체류 가능한 환경 조성까지 이뤄지면 금상첨화다.
실제 익산시는 갈수록 늘고 있는 발걸음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익산시에 따르면 올해 2월과 3월 미륵사지 방문 관광객은 월평균 1만7,558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가량 늘어났다. 특히 주말에는 주차장 공간이 부족할 정도라는 게 익산시의 설명이다.
이에 시는 미륵사지 입구에 이동식 관광안내소를 설치해 익산의 관광·역사문화·축제 등을 안내하는 홍보물을 비치하고 문화관광해설사를 배치했다. 또 관광객들이 미륵사지와 연계해 익산쌍릉(무왕릉), 왕궁리유적(백제왕궁), 보석박물관을 관광할 수 있는 테마형 시티투어도 운영하고 있다.
◇ 환상적인 야경 속에서 느끼는 백제 무왕의 숨결
지난 4월 12일부터 13일까지 이틀간 왕궁리유적 일원에서 열린 ‘2019 익산문화재야행’이 대성황 속에 막을 내렸다. 왕궁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오층석탑과 깔끔하게 정리돼 안내판까지 설치된 금당지와 강당지, 넓은 후원과 대형화장실, 공방지 등 1,400여년 전 격동의 시기에 백제의 부흥과 번영을 꿈꿨던 백제 무왕이 머물렀던 역사의 현장이, 때를 맞춰 만개한 벚꽃 및 야간경관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황홀한 장관을 연출했다. 황홀경이라는 말이 절로 흘러왔다.
다양한 부대 프로그램도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지만, 무엇보다 현재 있는 그대로의 왕궁터가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이고 이 같은 장점을 살려 특색 있는 문화재 활용 관광콘텐츠가 발굴돼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이틀간 왕궁리유적과 탑리마을 일원에서 ‘백제무왕은 아름다운 왕궁을 왜 익산에 지었을까?’라는 주제로 펼쳐진 올해 1차 익산문화재야행은 37여개의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이면서 큰 호응을 얻었고, 당초 예상인원을 훨씬 웃도는 1만7,000여명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가족, 연인, 친구 단위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고, 봄밤의 아름다움을 추억으로 남기기 위한 사진촬영도 쉴 새 없이 이뤄졌다.
올해 야행은 익산만의 역사성을 간직한 문화유산 콘텐츠 활용과 체험 프로그램 강화, 지역주민 참여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고도리 석불연인의 사랑이야기, 왕궁에서 즐기는 공방체험, 미션, 무왕을 찾아라, 금마면 고도육성 주민협의회의 꽃등 만들기, 어화등등 유등산책, 청사초롱 달빛골목, 왕궁후원 연꽃등 띄우기, 문화해설사와 함께하는 스토리텔링 도보 프로그램 백제왕궁 후원산책, 문화재 구간 조명과 빛을 얹은 구르미 그린 달빛 포토존, 왕궁리오층석탑 탑돌이와 소원풍선 날리기 등이 진행됐다.
이외에 유적 바로 옆 탑리마을 골목길에서는 운치와 낭만을 더한 야시장, 먹거리, 체험거리, 마을 버스킹 공연 등이 펼쳐졌다.
야행 성공 이후 익산시는 업그레이드를 준비 준이다. 주차 공간 부족 등 개선사항을 보완해 나가는 한편 매주 토요상설공연을 운영하고 있다.
정헌율 시장은 야행 직후 야간명소로 상설화를 주문했고, 익산시는 매주 토요일 저녁 8시부터 1시간 동안 퓨전국악, 민요, 풍류, 클래식, 보컬 등 계절별로 다양한 장르를 기획해 무대를 꾸며나간다는 계획이다. 야행과 더불어 상시 이벤트가 가능한 익산의 대표 문화콘텐츠로 자리매김이 기대되고 있다.
◇ 1,400년 만에 새로 태어난 국보 ‘미륵사지 석탑’
현존하는 동양 최대 규모의 국보 제11호 미륵사지 석탑이 1,400년을 거슬러 올라가 제 모습을 되찾는 출발점에 섰다. 단일 문화재로는 최장기간인 20년이라는 기간 동안 체계적인 보수정비를 진행해 온 국보가 이제 새로운 모습으로 위용을 드러낸 것이다.
문화재청은 20년 동안 진행된 미륵사지 석탑 보수정비 사업의 의의를 ▲한국 문화재 수리사에서 단일 문화재로는 최장기간 체계적인 조사연구 및 수리 진행 ▲과도한 복원 지양, 원부재의 최대한 재사용, 구조적 안정성 확보 등 역사적 가치 보존 ▲국제적 기준의 수리 방법론 및 수리 기술과 품질 고도화의 선도적 사례 제시 ▲백제역사유적지구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2015년 7월)시 미륵사지 석탑 긍정적 평가 등에 두고 있다.
체계적인 조사연구와 수리를 통해 석탑의 구조적 안정성 및 진정성을 확보하는 한편, 석조문화재 보수·복원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미륵사지 석탑은 역사적 고증이 미비된 상태에서 추정 복원을 지양한다는 방침에 따라 원래 남아있었던 6층까지 수리가 진행됐다. 이로써 새롭게 탄생한 6층 규모의 미륵사지 석탑은 높이 14.5m, 폭 12.5m, 부재 1,627개에 무게만 1,830톤에 달한다. 특히 원래의 부재를 81% 가량 재사용해 문화재의 진정성을 확보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 4월 30일 미륵사지 현장에서 열린 미륵사지 석탑 보수정비 준공식에는 1,000여명이 참석해 20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 석탑의 준공을 축하했다.
앞으로 익산시는 미륵사지와 왕궁리유적 등 백제왕도 유적의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 복원정비를 통해 백제왕도의 골격을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관광 활성화 효과를 이끌어 낸다는 계획이다.
◇ 주변 경관 맞춤형 히든뮤지엄 국립익산박물관 내년 3월 개관 예정
익산의 백제역사문화를 아우르며 대표 역사문화 거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국립익산박물관은 내년 3월 개관을 앞두고 있다. 장장 20년간의 보수정비를 마치고 새로운 모습으로 그 위용을 드러낸 국보 제11호 미륵사지 석탑과 함께 국내외 수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이끌 것으로 기대가 모아진다.
기존 전시관 바로 앞에 새롭게 건립 중인 국립익산박물관은 올해 8월 준공해 연말 시험운영을 거쳐 내년 3월에 문을 열 예정이다.
특히 사적지 내에 위치한 점을 감안해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게 히든뮤지엄(숨은박물관)으로 설계돼 건립 중으로 완공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미륵사지를 더욱 알차게 채워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곳에는 미륵사지 석탑에서 출토된 사리장엄구(보물1991호인 사리내외호, 사리봉영기, 청동합 등)를 비롯해 국보 제123호 왕궁리오층석탑 사리장엄구 등 익산문화권의 주요유물 3만5,000여점이 보관 및 전시될 예정이다.
◇ 걸림돌 군사시설 이전, 총의 모아야
익산이 가지고 있는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해 관광 활성화를 꾀하기 위한 선행과제로 꼽히고 있는 것은 미륵사지와 인접해 있는 군사시설의 이전이다.
미륵사지와 왕궁리유적 등 1,400년 전 동아시아의 문화교류 중심지였던 익산 백제역사유적지구는 단순한 전승과 보전·보호를 넘어서 유·무형 문화유산의 융·복합을 통해 그 의미를 다양하게 확산시켜 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는 지역이다. 아울러 낙후된 동부권의 개발을 통한 균형발전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미륵사지에 인접해 있는 제7공수특전여단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미륵사지와 불과 5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군부대가 있고 바로 인근에 훈련장이 위치해 있다. 이 때문에 미륵사지와 왕궁리유적을 잇는 도로에서 군부대 차량이 수시로 이동하거나 훈련이 진행되면서, 주민들이나 관광객들의 원활한 통행에 지장을 주고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인근 문화유적 주변의 둘레길 탐방에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지점에 군부대가 있어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또 문화재보호구역 인근에서 주기적으로 사격훈련이 이뤄지고 있어 인근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적지 않은 공포감을 유발하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미륵산을 사랑하는 모임과 익산고도육성주민협의회(이사장 민두희)가 세계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군사시설 이전 필요성을 논하는 공청회를 두 차례 열었고, 익산시의회도 지난 3월 박종대 의원이 대표발의한 ‘세계유산 보존 및 지역발전을 위한 제7공수특전여단 이전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며 7공수 이전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과거 간헐적으로 흘러나왔다가 잠잠해졌던 이전 주장이 민간 차원의 공청회와 익산시의회 차원의 공식적 입장 표명 등 공론화되고 있는 것에 비춰, 익산시 행정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송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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