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바닥구조 사전인정·시공·사후평가 문제 적발

감리자 확인이 전부인 익산지역 아파트 ‘전수조사’ 필요

사전인정부터 시공, 사후평가에 이르는 아파트 층간소음 저감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표본조사 결과 10곳 중 9곳에 문제가 있다는 감사원 특별감사 결과가 나왔다. 익산지역의 경우 바닥구조 자재의 품질이나 시공과 관련해 감리자의 확인 외에 별다른 감시체계가 없다는 점에서, 전수조사를 통한 실태파악과 저감제도 안착을 위한 대책이 요구된다.

감사원이 지난 2일 공개한 ‘아파트 층간소음 저감제도 운영실태’ 특정감사보고서에 따르면, LH·SH공사가 시공한 22개 공공아파트 126세대와 민간회사가 시공한 6개 민간아파트 65세대 등 총 191세대를 대상으로 층간소음을 측정한 결과 사전인정·시공·사후평가 등 제도운영 전 과정에 걸쳐 문제가 있음이 확인됐다.

전체 표본의 96%가 사전인정 성능등급에 미치지 못했고 88%가 부실시공으로 드러났다.

현재 익산지역에는 239개의 공동주택 단지가 들어서 있고,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간 분쟁이 빈발하고 있다. 아파트 입주자들로 구성된 인터넷 카페 등에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면서 해결방안을 묻는 게시글이 끊임없이 올라오지만, 해결책은 관리사무소를 통한 조율이나 이웃간 양보 등 사후적 조치 뿐이다.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으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사를 택하거나 고통을 감수하며 살아야 하는 실정이다.

아파트 층간소음 저감제도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점검이 요구되는 이유다.

익산시에 따르면 현재 익산지역 아파트의 경우 바닥구조 자재의 품질이나 시공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수단은 감리자의 확인 뿐이다.

감사원 감사결과에 비춰볼 때, 설계나 시공이 부실하게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층간소음 기준 충족여부를 사전에 인정받고 그대로 시공하면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하는 바닥구조 사전인정분야에서는 LH공사, 건설기술연구원 등 사전인정업무 수행기관이 신청도면과 다른 시험체를 제작하거나 조작된 완충재 품질성적서를 적정한 것으로 봐 바닥구조를 인정했다.

또 사실상 현장시공이 어려운 마감모르타르 배합을 인정조건으로 제시하거나 시험시 확인했던 성능보다 저품질의 완충재가 시공될 수 있도록 성능인정서를 발급했다.

이로 인해 전체 표본의 96%인 184세대가 사전 인정받은 성능등급에 미치지 못했고, 이중 60%인 114세대는 아예 최소성능기준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인정을 받은 바닥구조 154건 중 95%에 달하는 146개가 당초 인정했던 차단성능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왔다.

시공분야에서는 LH·SH공사의 126개 현장 중 88%인 111개 현장이 시방서 등과 다르게 바닥구조를 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전 견본세대 소음성능 확인 및 완충재의 품질성능 확인 후 본시공에 착수하도록 한 절차를 위반하거나, 바닥구조의 마감모르타르 강도, 슬래브 평탄도 등이 시방서나 국토부가 정한 품질기준에 미치지 못한 채 시공된 점 등이 지적됐다.

사후평가분야에서도 준공시점에 지자체 요구 등으로 층간소음 차단성능을 측정하는 공인측정기관이 최소성능기준에 맞추기 위해 측정위치를 임의 변경하거나 데이터를 조작해 성적서를 부당 발급하거나 사전인정을 받은 생산업체가 실제로는 저품질의 완충재를 시공현장에 납품하고 있는 것이 적발됐다.

이에 대해 공동주택 건설 인허가 업무를 맡고 있는 시 관계자는 “지난 3일 국토부로부터 사전인정 취소 업체 3곳의 명단을 통보받았다”면서 “현재 시공 중인 아파트 8곳을 대상으로 취소업체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해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공동주택 관리 및 분쟁조정위원회 운영 등을 맡고 있는 시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된 사전인정제도가 적용된 아파트는 지역 내에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감사 결과에 따라 조만간 국토부에서 관련 지침이 시달된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침이 내려오면 녹색환경과 등 관련부서와 협의해 조치방안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