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 건축돼 아픈 수탈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춘포의 구 호소가와 도정공장을 지역문화예술이 가미된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역자원을 활용해 관광 활성화를 꾀한다는 시정 방침에도 부합할뿐더러, 인근 우리나라 현존 간이역 중 105년이라는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는 춘포역과 생태와 역사 등 풍부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만경강 등을 연계해 관광벨트를 구축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13년 완주군에서 양곡창고 일대를 매입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한 삼례문화예술촌이 완주군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고 지역공동체의 역사와 생태, 문화가 함께 성장해 나가는 의미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구 호소가와 도정공장을 활용한 복합문화공간 조성 필요성에 힘을 싣고 있다.

구 호소가와 도정공장은 연면적 2,192㎡에 사무실과 창고 등 5개동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일본인 대지주였던 호소가와가 농장에서 생산된 벼를 현미로 가공해 일본으로 보내기 위해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해방 후 대장정부양곡도정공장이라는 이름으로 정부양곡을 도정했다. 이후 여러 건물들이 추가로 건립됐고, 1998년 도정공장 폐쇄 이후 현재는 개인 소유로 남아 있다.

지난해까지는 익산문화관광재단이 춘포역을 근대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관광명소로 복원하고 공동체 활성화 및 문화 네트워크 조성을 통해 지역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취지로 춘포역 일원을 대상으로 도보트래킹과 근대박물관 춘포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쳐 오면서 도정공장도 나름의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관련 사업 추진이 중단됐고, 현재 도정공장은 방치되다시피 한 상태다.

완주군이 의지를 갖고 개인 소유의 양곡창고를 매입해 조성한 삼례문화예술촌과는 판이한 모습이다.

국비 12억원, 군비 28억원 등 40억원이 투입된 삼례문화예술촌은 어울마당과 미술관, 소극장, 체험공간, 카페, 목공소 책공방 등이 들어서 지역주민들과는 소통하며 상생하는 공간으로, 관광객들에게는 보고 즐기고 휴식을 제공하는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개관 초기 1만9,000명 수준이었던 연간 방문객은 지속적으로 늘어 5년 후인 2018년 기준 5만5,000명을 기록했고, 현재도 월평균 5,000명 이상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완주군은 삼례문화예술촌 조성의 성공을 발판삼아 단계적으로 도시재생과 연계한 다양한 사업들을 계획·추진하고 있다.

익산시의 분발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관련 사업추진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지역 문화예술계 한 인사는 “지역의 문화예술이야말로 지속가능을 담보할 수 있고, 이게 선행돼야 관광 활성화도 꾀할 수 있다는 점을 익산시 행정이 분명히 알아야 한다”면서 지역자원을 화용한 복합문화공간 조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