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부당 있어도 책임 규명은 흐지부지

원칙 작동 위한 의사결정시스템 구축해야

[글 싣는 순서]

Ⅰ 말로는 거버넌스, 실제는 단순 의견수렴 뿐

Ⅱ 책임행정 구현, 허울 좋은 메아리

민선6기 정헌율 시장 취임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강조했던 ‘책임행정 구현’이 허울 좋은 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각종 현안사업과 관련해 상급기관이나 내부감사 등을 통해 불법·부당이 확인됐음에도 ‘내 식구 감싸기’식 온정주의가 작동해 경징계에 그치거나 시간이 흐르면서 흐지부지돼 징계시효가 도과해 버리는 것이 예삿일처럼 벌어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심지어 퇴직을 해 아무런 제재 없이 자유의 몸이 된 경우도 있다.

각종 불법·부당행위, 행정 난맥 등으로 인해 어렵게 따낸 국비를 반납하고 소송에 휘말려 행·재정력 낭비를 초래하고 심각한 행정 불신마저 초래한 사안에 대한 명확한 책임 규명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행정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정헌율 시장이 사안 발생 때마다 공무원의 ‘결과책임’과 익산시의 ‘무한책임’을 천명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후속조치가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모습은, 언론이나 시민사회의 집중 질타가 있는 때만 모면하면 된다는 행태에 다름 아니며 곧바로 행정 불신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제3일반산업단지 진입도로 개설공사다.

이 공사는 일찍이 국·도비가 확보됐지만 시비 부담분 매칭이 되지 않아 2014년 12월께 공사가 중단돼 1년 2개월여를 허송했고, 담당 부서와 시공사, 감리단 등 공사 관계자들의 짬짜미로 인해 2016년 9월 5차분 준공 이후 2018년 6월 6차분 계약 및 공사 재개까지 1년 9개월여를 또다시 헛되이 보냈다.

이로 인해 당초 2016년 완공 예정이었던 도로는 현재 공정률 60%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전북도 감사에서는 2012년부터 시작된 공사 과정에서 공사비 59억9,016만원 과다 지급, 시공사 지연배상금 624억5,722만원 면제 특혜, 설계변경 통해 공사비 25억700만원 증액, 관급자재 허위 검수로 자재대금 11억4,176만원 부당 지급, 실정보고 부적정 승인으로 안전점검비 4억649만원 감액 미시행 등 다양한 양태의 불법·부당이 적발됐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검찰수사 외에 행정적 조치는 3명 징계에 그쳤다. 해당 부서장을 거친 간부공무원 중 1명은 퇴직했고, 2명은 징계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훈계 조치만을 받았다.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 형사적 제재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행정적 징계는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마무리됐다.

지난 2006년부터 시작된 하수슬러지 처리시설 공사의 경우 예산·행정력 낭비 지적과 관련해 익산시는 2016년 10월 시민을 대상으로 한 공개토론회에서 관련 공무원 구상권 청구 입장을 밝혔지만, 2년 7개월여가 지난 지금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 사업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친 공법변경과 용역중지 및 재개를 반복하면서 행정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을 뿐만 아니라, 2014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공사개시 후 민원에 따른 중단 결정’으로 인해 예산·행정력 낭비 등의 피해를 고스란히 시민들이 떠안게 된 사안이다.

무려 120억4,700만원의 국비가 반납됐고, 공단 중단시까지 기성분에 대한 대금 36억5,000만원이 고스란히 손해로 남았다. 또 공사업체가 28억6,200만원(2017년 8월 24억2,200만원으로 청구금액 변경)을 청구한 손해배상소송은 아직까지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이뤄진 조치는, 법률에 따른 사전승인을 받지 않은 채 국비가 투입된 공사를 임의로 중단했다는 이유로 2015년 정부합동감사 결과 기관경고와 함께 부시장을 비롯한 관계 공무원들에 대한 훈계 조치를 통보받은 게 전부다.

지난 2016년 6월 환경부에 의해 드러난 낭산 폐석산 1급 발암물질 함유 지정폐기물 대량 불법 매립 사건은 폐기물 배출 및 처리업체의 조직적·관행적 불법을 익산시 행정이 ‘단순 방치한 수준을 넘어 적극 조장한 정황’이 자체감사 결과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따른 공무원 책임 규명이나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일단락됐다. 당시 담당 국장은 대기발령 조치를 받았고 이후 복귀했다가 명예퇴직했다. 나머지 공무원들도 퇴직이나 징계시효 도과를 이유로 면죄부를 받았다.

이에 대해 좋은정치시민넷 손문선 대표는 “하수슬러지처럼 단체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의사결정이 뒤집어져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구조는 행정의 기준과 원칙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문제가 된 사안에 대해 잘잘못을 가리고 개선할 것은 개선하는 등 마무리가 제대로 돼야 새롭게 변화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유야무야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 되기 때문에, 매사 숙의와 시민참여가 보장된 상태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