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이 넘는 준비기간과 570여명 시민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익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김영신)은 지난해 10월 1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아 익산시 최초의 사회적협동조합이 됐다.

건강한 지역공동체를 만들어 나간다는 취지로 발족한 익산의료사협은 2016년 지역의 뜻있는 몇몇의 시민들이 의기투합해 첫 발걸음을 뗐다. 2017년 2월 창립준비모임을 통해 출발을 알렸고, 같은 해 6월에는 발기인대회를 열고 조합원 모집에 나섰다.

이듬해인 2018년 5월에는 창립총회를 열고 영리목적이 아닌 조합원과 시민들의 건강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다짐했다.

보건복지부 정식 인가를 통해 익산시 최초의 사회적협동조합이 된 익산의료사협은 현재 첫 번째 의료기관으로 ‘함께가는 한의원’ 개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강익현 원장의 한의원을 통해 환자중심, 예방중심의 진료를 준비 중이다. 또 조합원들과 지역사회의 요구에 따라 지속적으로 치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다양한 진료과목을 개설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아울러 지역 활동으로는 방문 진료, 찾아가는 의료 자원봉사, 상담 활동을 계획하고 있고, 조합원 활동으로는 다양한 건강 소모임 개설 및 운영, 건강실천단, 교육, 지역사회 연대 활동을 통해 건강한 익산을 만들어 나가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시민 누구나 소정의 출자를 통해 조합원이 될 수 있으며, 의료사협 병원은 조합원을 비롯해 지역주민과 의료인이 함께 운영하는 병원으로 경영의 투명성과 의료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담보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협동을 해도 행복할 수 있구나’를 넘어 ‘협동을 해야 행복할 수 있다’라는 이념을 실천하면서 건강한 지역사회를 꿈꾸고 있는 익산의료사협의 김영신 이사장과 민찬 사무국장, 그리고 함께가는 한의원 강익현 원장을 만났다.

<편집자 주>

“사실 협동이라고 하는 건 그 이미지만 벗기면 본인들이 스스로의 존립을 위해 함께 하는 겁니다. 그런데 자본주의라는 게 의료계에 들어오면서 면허를 가진 자와 진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간 계급이 나눠졌지요. 서로 협동할 수 있는 배경이 없어진 겁니다.”

“예전에도 (계급이) 있었지만 지금처럼은 아니었습니다. 옛날엔 지금 같은 의료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아 협동할 수밖에 없었지요. 요즘은 물어볼 필요도 없습니다. 기계로 검사하고 처방만 하면 되지요. 기계가 가운데 끼어 의사와 환자가 말 한 마디 없이 진료가 가능해짐에 따라 협동할 수 있는 계제가 없어졌고, 자본주의가 끼다보니 서로 돈을 놓고 하는 치킨게임이 돼버렸습니다.”

“그걸 극복하려면 환자 중심의 진료가 이뤄져야 하지만, 아무리 환자 중심을 하려고 해도 기계라는 것이 가운데 껴 있고 재정이라고 하는 게 맞물려 있어 현실에선 적용이 쉽지 않지요.”

강익현 원장은 단호하다. 의사와 환자가 협동해야 함께 행복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진료는 의료기술과 자본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의사가 재정으로부터 자유로운 모델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필요 이상의 인위적인 치료를 줄이고 인간화 진료, 자연 진료, 착한 진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껏 그런 진료를 해왔다.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진료의 인간화’, ‘과잉 진료가 아닌 성실 진료’가 가능한 곳이 바로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병원이라는 그의 말이 미더운 이유다.

지난 16일 오후 남중동의 강익현 한의원은 진료를 마치고, 익산의료사협 조합원 모집 현수막 시안을 두고 논의가 한창이었다.

강 원장과 익산의료사협 김영신 이사장, 민찬 사무국장의 토론 한복판에서 인터뷰가 시작됐다.

◇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란

익산의료사협은 지난해 10월 1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으면서 익산 제1호 사회적협동조합이 됐다.

그 시작은 2016년 여름, 지역 몇몇의 협동조합 공부모임에서 나온 김성오 성공회대 교수의 제안이었다.

“의료는 국가의 책임임에도 불구하고 공공의료가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고령화 사회로 인해 노인 돌봄의 문제가 심각하고, 의료비 또한 크게 오르고 있고, 또 많은 시민들이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과 같은 만성 질환에 노출돼 있는 현실에서 협동조합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시작됐지요.”

익산의료사협 김영신 이사장은 그렇게 익산의료사협의 출발 배경을 설명했다. 언뜻 보면 결국 병원 하나 만든다는 걸로 치부될 수도 있는 문제다.

하지만 의료사협은 공익을 지향한다. 지역주민과 조합원, 의료인이 함께 의료기관을 운영하면서 진료는 물론이고 다양한 건강증진 활동을 통해 건강한 지역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이사장에 따르면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1994년 경기도 안성에서 시작돼 20여년이 지났다.

하지만 설립 자체가 워낙 까다로워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영역이다. 현재 한국의료사협 연합회와 함께하는 조합이 전국적으로 25개 지역에 있고, 각 지역에 맞는 다양한 의료기관이 운영되고 있다.

“의료사회적협동조합은 일선 지자체가 아니라 보건복지부 소관입니다. 설립요건이 매우 까다로워서 보통 3년 이상 준비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조합원이 500명 이상이어야 하고 조합원이 낸 출자금이 1억원 이상이어야 합니다. 출자금 납입 금액도 1인 최고한도 출자금이 총 출자금의 1/10로 제한돼 있어 쉽지만은 않습니다.”

익산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6년 7월 공부모임으로 시작해 2017년 2월 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그해 4월 준비위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본격적인 조직 활동이 시작됐다. 2018년 8월 70여명의 발기인이 모여 익산지역에 설립을 공식화했고, 12월 창립을 목표로 교육, 건강실천단, 거리홍보 등을 진행했지만 여의치가 않았다.

한계에 부딪히면서 구심점을 잃을 위기도 있었다.

당초 목표했던 12월 창립총회가 무산되면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김 이사장을 비롯한 몇몇의 의지가 설립에 다시 불을 지폈다.

준비과정의 숱한 어려움을 감싸 안으며 해왔던 헌신적인 노력과 지치지 않는 열정을 인정받아 초대 이사장으로 추대된 인간 김영신, 그의 진가가 발휘됐다. 또 상근 실무 활동가로서 불철주야 전국 곳곳을 누비며 준비에 만전을 기해 온 민찬 사무국장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

여기에 초창기 때부터 뜻을 함께하며 동고동락했던 이사진들과 몇몇의 변치 않는 관심이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그렇게 2018년 5월 10일 300여명의 조합원이 한자리에 모여 창립총회를 열었고, 10월에는 보건복지부 설립인가를 따냈다.

◇ 진료의 인간화, 그것을 할 수 있는 협동조합 병원

“실제로 진료하는 사람들이 재정을 머리에 두지 않아도 되니까, 환자로 표현하자면 과잉 진료가 사라지게 되지요. 조합에서 정해진 월급을 받기 때문에, 의사는 돈 문제를 떠나 환자에게 성실하게 진료만 해주면 됩니다. 그런 병원을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강익현 원장이 의료사협에 참여하게 된 배경이다. 익산의료사협은 오는 5월 29일 강익현 원장이 참여하는 ‘함께하는 한의원’ 개원을 앞두고 있다.

의료사협이 운영하는 병원은 조합원이 직접 운영주체가 돼 의사에게 월급을 준다. 이를 통해 의사가 재정적인 면에서 독립할 수 있다. 그래서 착한 진료가 가능하고, 착한 진료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할 수 있다.

강 원장은 “협동조합에서 만든 인간화 진료, 생활을 반성하는 뉘우침의 진료, 재정적으로 독립된 진료”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지금 시대에서 가장 필요한 게 ‘협동의료’라는 것이다.

“네덜란드나 덴마크 등 소위 의료선진국들은 우리처럼 항생제를 많이 쓰지 않습니다. 쓸데없는 진료를 하지 않는다는 거지요. 재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협동조합 병원이 필요합니다.”

강 원장은 익산의료사협 1호 의료기관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있다.

조합원이든 비조합원이든 ‘함께가는 한의원’에서 모두 진료가 가능하지만, 의료사협이 지향하는 건강한 지역공동체를 위한 방향성을 널리 알리고 확대하기 위해 진료와 함께 조합원 모집에 진력하겠다고 다짐하는 이유다.

“시민들이 협동을 하면 더 즐겁고 더 이롭다는 걸 알게 해야 하고 체험도 하게끔 해야 합니다. 협동을 하면 행복해지고, 혼자하면 그 행복이 지속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려야 합니다.”

◇ 익산의료사협과 함께 하는 방법

익산의료사협의 방향성에 동의하는 시민은 누구나 조합원이 될 수 있다.

함께하는 한의원 또는 조합 사무실(무왕로 1161 3층, 063-831-2828)에서 가입원서를 작성하고 출자금을 납부하면 된다.

조합원은 의료사협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고 조합 내 다양한 소모임을 만들어 운영하거나 참여할 수 있다. 또 상설위원회를 통해 조합 사업을 직접 계획하고 운영할 수도 있다.

현재 익산의료사협은 5월 29일 첫 번째 의료기관인 ‘함께가는 한의원’을 앞두고 있고, 한의원을 통해 환자중심, 예방중심의 진료를 계획하고 있다. 또 향후 진료과목 확대와 다양한 지역사회 건강증진 활동을 준비 중이다.

김영신 이사장은 “지난 3년 동안 많은 분들의 노력과 헌신으로 만들어진 익산지역 첫 번째 사회적협동조합을 이제 시작하려 한다”면서 “조금은 부족하고 모자람이 있겠지만 익산지역에 꼭 필요한 협동조합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돈에 구애받지 않는 착한 진료, 다양한 활동을 통해 만들어 나가는 건강한 지역공동체라는 꿈을 꾸고 있는 익산의료사협의 모습이 목하 파릇하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