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장점마을 참사의 교훈과 향후 대책’ 토론회 열려

원광대 오경재 교수, 인과관계 판정의 기준 조목조목 제시

장점마을 역학조사 결과를 두고 환경부과 과학적 인과관계 인정에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환경부의 해석에 오류가 있어 재해석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지난 23일 국회 본청 223호에서는 정의당 이정미 의원, 정의당 전북도당,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집단 암 발병 장점마을 참사의 교훈과 향후 대책’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장점마을 민관협의회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원광대 예방의학과 오경재 교수는 “환경부가 과학적 인과관계 인정의 한계로 제시하고 있는 ‘적은 대상자 수, 정확한 노출량 추정 불가, 사망자 정보 파악 불가’ 등의 문제는 어떠한 연구방법으로도 해결할 수 없다”면서 “인과관계 인정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확인된 장점마을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환경부가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집단 암 발생 결과를 개인 각각에게 어떻게 적용해 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가 인과관계 판정의 기준으로 제시한 것은 ▲원인·결과의 시간적 선후관계(비료공장 가동 후 암 초과 발생) ▲관련성의 강도(암 발생비 대조지역보다 높음) ▲일관성(노출자들의 일관된 높은 암 발생비율) ▲특이성(전형적인 농촌마을 내 특이한 비료공장) ▲양·반응관계(노출이 많을수록 암 발생률 높음) ▲생물학적 설명가능성(담배특이니트로사민, 다환방향족탄화수소는 공인된 발암물질) ▲유사성(담배특이니트로사민은 담배 유래물질로서 간접흡연과 비슷한 질환 발생) ▲실험적 입증(공장 전후 유해물질 농도 차이, 노출 중지 시간 경과 후 접촉성 피부염 발생 없음, 솔잎 실험 결과 공장 가동시 노출이 더 높음) 등이다.

향후 과제로는 주민 신뢰를 위한 행정의 소통 노력, 사람·마을 중심의 대책 수립, 장점마을 사후 감시체계 운영, 범정부 차원의 체계적 사후대책 마련 등을 꼽았다.

토론자로 참여한 한국역학회 김동현 회장은 “(피해구제 관련) 소송이 진행되면 법정에서 역학조사 결과를 가지고 다툼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 법원 결정은 피해자 중심으로 가고 있고, 법정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는 환경부가 걱정할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기관으로서 환경부의 역할은 주민 피해 원인을 밝히는 것이고, 역학조사의 목적도 그것이다. 주민들은 정부기관이 나서주지 않으면 힘들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봤듯이 정부가 빨리 나서주지 않으며 주민들이 겪지 않을 문제를 겪게 된다”고 강조했다.

장점마을 민관협의회 손문선 위원은 “역학조사 결과에 대해 환경부 입장이 수시로 바뀌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인체 내 반감기가 짧은 발암물질이 공장이 폐쇄된 1년 뒤 조사에서 검출된 것은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검출됐다는 점에서 인과관계 인정과 관련해 긍정적 요인으로 해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대 환경공학과 김세훈 박사는 “비료공정 규격에서 연초박을 빼야 하고 가열발식을 통해 유기질 비료를 만들게 하면 안 된다”면서 “장점마을 사태를 교훈으로 삼아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 최준호 사무총장은 “지자체가 기존의 ‘지역경제를 위한 규제완화’ 태도에 대한 변화와 대책 없이 사후적으로 관리감독 수준을 높이겠다는 말로 넘어가서는 안 되고, 공장 인허가 과정에서 어떻게 제한할 것인가에 대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장점마을 같이 환경오염물질을 배출한 사업체가 폐쇄되거나 먹튀를 하면 대책이 없는 상황을 만들면 안 된다”면서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사업체에 환경피해기금, 환경보호기금 등을 납부할 수 있는 법적조항을 만들고, 피해가 발생할 때는 관련 기금으로 적극적으로 구제를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후 질의응답에서 환경부 환경피해구제과 신건일 과장은 “소통 부족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면서 “장점마을 문제 해결을 위해 TF팀 구성을 검토하고, 폐기물관리법 문제는 해당 부서와 협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익산시 녹색환경과 송민규 과장은 “익산시에 환경 관련 위원회를 설치해 환경업체 사전 점검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TF팀은 환경부가 제안하면 함께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