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경영 위한 구조조정 미명 하 정원 감축 반복

창조적·도덕적 인재 양성이란 교육방침과 배치

원광대학교(총장 박맹수)가 재학생·교직원·동문 등 학내외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음악과 폐과를 결정했다. 인문계열 학과가 구조조정의 우선 대상이 되고 있어 창조적·도덕적 인재 양성이라는 교육방침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광대 교무위원회는 지난 18일 오후 대학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2021학년도부터 32명 정원의 음악과를 폐과하기로 결정했다. 또 식품영양학과도 2021학년도부터 50명 정원에서 8명을 줄여 42명을 모집하기로 했고, 2022학년도부터는 응용수학부 정원 30명과 빅데이터금융통계학부 정원 30명을 합쳐 빅데이터금융통계학부 40명만 모집하기로 했다.

이 같은 정원 감축은 대학경영을 위한 구조조정이라는 미명 하에 반복되고 있다. 특히 취업률이나 충원률 등의 지표를 가지고 인문계열 학과들이 우선 대상이 되고 있어, ‘창조적·도덕적 인재 양성’이라는 원광대의 교육방침이나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건학이념을 포기하고 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실제 2012학년도 입학정원은 전년대비 416명이 감축됐고, 같은 해 한국문화학과, 유럽문화학부, 인문사회자율전공학부, 자연과학자율전공학부 폐지가 결정됐다. 2014년에는 원광대가 세계 최초로 개설한 서예문화예술학과가 폐지됐고, 2015학년도와 2016학년도 입학정원은 각각 75명씩 줄어들었다. 이밖에 학과 통폐합도 수시로 이뤄져 왔다.

기초학문을 경영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관료적인 발상일뿐더러 일자리창출 등 사회적 문제의 책임을 정부가 대학에 떠넘기는데 따른 희생양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6일 오전 원광대학교 음악과 폐과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대학본부 앞에서 집회를 역고 재학생과 동문, 교직원 등 100여명과 함께 폐과 결정 철회와 총장 면담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구체적인 지표 제시 없는 폐과 기준의 모호성과, 기획처가 요구한 자구책을 마련해 제출했음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비상식적이고 자의적인 대응을 문제 삼았다.

음악과가 제시한 자구책은 교과과정 단순화, 실기강화 등 맞춤형 교육, 취업률 향상 위한 산학협력 연주회 개최, 실기 지도교사 자격증 부여, 매니지먼트 회사 설립으로 취업 강화, 학교 홈페이지와 기획사를 활용한 홍보 강화, 프리랜서 양성화 등이다.

비대위는 “창조적이면서도 도덕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길이 한국사회가 요구하는 이상적인 교육 모델이라는 박맹수 총장의 취임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음악은 창의력의 원천이며 모든 학문 특히 종교와 깊은 역사적 연관성을 갖고 있고, 한 사회의 문화적 척도를 가늠하는 기준이 돼 왔다”면서 “음악과의 폐과는 단순히 음악과 구성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며 익산 예술 전체를 말살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배병연 비대위원장은 “4년째 하위 10%라는 평가의 기준이 문제”라며 “대학이 자구책 없이 인원조정만 요구하는 것은 일방적으로 폐과 수순을 밟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취업을 학과평가의 잣대로 들이밀 경우 취업대상이 학교, 예술단 등으로 국한돼 있는 음악과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원불교 종단의 학교임에도 종교음악에 대한 연구와 연주가 병행되는 점을 간과하고 있고, 익산지역 유일의 음악학과라는 점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학 관계자는 “정부에서 정원을 줄이라고 강요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학운영에 있어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면서 “매년 경영진단을 통해 지표관리를 하고 있고, 이를 토대로 정원이 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