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부활이라니 새만금이 죽었는가? 세계적인 갯벌이자 생명의 보고였던 새만금이 무분별한 탐욕으로 죽음의 땅이 되고 있다. 발전을 염원하는 도민들의 열망을 선거 때마다 이용한 정치인들 때문이다. 새만금에 관한 한 역대 대통령들은 누구랄 것 없이 비슷한  태도를 취해왔다. 새만금을 잘 알지 못했고 용두사미가 되더라도 관성적으로 선거에 활용했다. 1억 2천만평에 이르는 초대규모 국책사업의 목표가 정권 바뀔 때마다 바뀌는 것이 정상적인가? 100% 농지 조성한다고 시작한 사업이 농지는 30%로 줄고 산업, 관광, 국제협력, 수변도시 등등 그때 그때 바람 따라 그림이 바뀌고 있으니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싶다. 이 과정에서 새만금을 삶터로 살았던 많은 사람들은 떠나고 해양 생태계가 붕괴하고, 매년 1조원 가까운 수산업 피해가 추정되고 있다. 2000년 전후 필자는 ‘새만금 즉각 중단을 위한 전북사람들’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아 새만금방조제 공사를 막기 위해 몇 년을 뛰어다녔었다. 무모한 탐욕이고 후회할 패착이 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국 방조제는 막아졌고 물길은 막혔다. 농지 100% 목표일 때의 계획이었던 새만금호의 3급 담수화를 위해서 지난 20년간 4조원을 쏟아 부었지만 새만금호는 현재 5~6급수의 썩은 물이 되었다. 만경강과 동진강 유역의 오염원을 아무리 잡아봐도 새만금 내호 자체에서 구조적으로 썩기 때문이다. 3m 정도의 수심을 기준으로 담수는 위로 염수는 아래로 가라앉아 잘 섞이지 않기 때문에 아래쪽은 무산소층으로 썩어가는 것이다. 그나마 매립에 필요한 흙을 구하지 못해서 매립토의 약 70%는 새만금호의 바닥을 파서 활용하는 바람에 새만금호는 더 깊어지고 더 썩어가고 있다. 최근에야 환경부는 수질 목표달성에 실패했음을 인정했다. 이제 농업용수까지도 외부에서 조달하기로 한 만큼 이제 새만금 담수호를 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어졌다. 지난 30년 동안의 수많은 혼선과 실패와 도민들의 고통에 대해서 책임지는 이는 한 사람도 없다. 지난 2월 24일에 정세균총리가 위원장으로 있는 새만금위원회는 새만금기본계획을 변경하는 결정을 내렸다. 요지는 제대로 속도감있게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2050년 사업완료를 목표로 산업단지, 수변도시, 신항만, 국제협력용지, 관광레저단지, 6차산업 복합도시 등을 구성해서 정주인구 27만 저탄소 에너지 자립도시를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대단히 큰 계획을 발표했는데 도민들은 잘 알지 못하고 발표했나보다 하는 반응이다. 사업의 혼선과 실패에 대한 엄정한 평가와 원인 규명, 책임 있는 조치 없이 변화된 큰 그림을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반복의 느낌이리라. 그랜드비전은 발표했지만 당면한 큰 문제는 회피했다. 새만금위원회에서는 배수갑문 확대 운영 등 단기적인 수질개선대책을 추진하고 2024년 이후 중장기대책을 마련하기로 하는 등 공식적인 해수유통결정은 미룬 것이다. 전북도지사의 해수유통 공식화 반대를 의식한 무책임한 결정이다. 막혀진 방조제, 썩어 있는 물, 망가진 해양생태계와 수산업, 상당히 매립된 땅과 내부 SOC, 급변하는 시대환경과 재생에너지 사업 등 새만금종합개발계획을 전략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동안 새만금 사업을 독점해왔던 정부와 정치인들에게만 새만금을 맡겨서는 안된다.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해 민관협의회를 민관 동수로 구성했던 것처럼, 시화호가 썩었을 때 민관협의회를 구성해서 수백 번의 회의를 통해 오늘날처럼 시화호를 부활시킨 것처럼 새만금종합개발계획(MP)변경을 위한 민관협의회를 구성하여야 한다. 가능한 최대한의 해수유통부터 시작해야 한다. 방조제 전체 길이의 3%도 안되는 현재의 배수갑문 개방시간을 늘리는 정도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해저통로나 추가교량을 설치하는 등 지금보다 해수유통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이를 통해 최소 2급수 이상의 수질목표를 세우고 아직 원형질이 남아있는 부분은 갯벌로서 복원시켜 해양 생태계를 회복해야 한다. 수산업도 부활의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될 것이다. 새만금잼버리, 그린뉴딜사업, 친환경 수변도시 한다면서 썩은 물 가운데서 할 것인가? 최근 정헌율 시장은 새만금메가시티를 제안했다. 김제부안군산익산을 묶어 메가시티를 구성하자는 제안이다. 생각해볼 만한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위해서는 책임있는 관심과 행동이 필요하다. 새만금은 익산과 멀지 않은 생활권이다. 군산 GM이 문을 닫았을 때 익산도 많은 피해를 보았다. 경제든, 관광이든 묶어서 함께 할 수 있다면 큰 이점이 많을 것이다. 이제 낙후와 인구유출로 어려운 전북과 익산에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때이다. 다른 지역을 흉내 내고 따라 하는 방식으로는 상대적인 낙후를 만년 면할 수 없다. 새만금을 제대로 살려내는 것이 매우 유력한 방안이다. 천만다행으로 새만금에 부활의 기회가 찾아왔다. 기후위기의 시대, 인류 생존의 위협은 문명의 대전환을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세계적인 기후위기가 새만금 부활의 기회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생활방식의 대전환이 없이는 기후위기가 인류생존의 위기로 다가오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기후위기는 갈수록 더 큰 사회경제적 비용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늦지 않게 미리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이나 지방정부나 각국 정부 모두에 예외는 없다. 새만금 생태환경은 최대한 살리면서 기후위기에 대비하는 재생에너지와 미래산업, 문명 대전환의 근거지로 함께 만들어내면 어떨까?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을 도민 참여하에 제대로 성공시켜야 한다. 새만금재생에너지를 활용해서 새만금에 RE100(재생에너지 100%로 제품 생산)단지를 만들어내고 대규모 그린수소 생산시스템도 만들어 내야 한다. 앞으로 RE100 상품이 아닐 경우 갈수록 많은 비용을 부담하여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다. 새만금 RE100단지에는 미래유망 산업체들이 스스로 찾아오게 될 것이다. 에너지 전환, 산업 전환의 근거지로 새만금을 만들고 익산과 전북으로 확산한다면, 뒤따라가는 낙후한 전북과 익산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앞서가는 전북과 익산이 될 것이다. 즉각적인 새만금 해수유통과 제대로 된 새만금 민관협의회 구성으로부터 도민들을 위한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