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경

관광과 금강, 그래서 익산은 관광의 도시다.
다행인지 아니면 너무나 평범한지 모르겠지만 난 이름이 딱 하나다. 지금처럼 불리는 그 이름 하나, ‘최인경’. 아빠가 쌀 가져다주시고 지었다 한다. 귀한 자식이 장수하기를 바란다는 그 이름이 갑자기 스치듯 지나간다.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박삭치치카포사리사리센타워리워리~~~’ 이름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금강(錦江)은 굽이쳐 흐르는 물길이 마치 비단결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금강(錦江)은 전라북도 장수군 신무산(897m)의 뜬봉샘에서 발원하여 호서 지방을 거치며 논산시 강경읍에서부터 충청남도와 전라북도의 도계를 이루면서 황해로 흘러들어 가는 392km의 강이다.
하지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 어원이 ‘곰강’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기도 한다. 북쪽에서 이주해온 곰의 후손인 백제인들은 새로운 도읍에 흐르는 강의 이름을 곰강이라고 불렀다고 전한다.

‘삼국사기’의 '남쪽은 웅천(熊川)을 경계로 삼고'라는 기사에서 '웅천'은 당시의 금강을 지칭하는 지명으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한다. 부여 일대의 금강은 '사비하'로 불렸으며, 이후 '백강(白江)', '백촌강(白村江)'의 지명 등은 금강의 일부를 지칭하는 명칭으로 사용되었다. 고려 초 웅진이 '공주'라는 명칭을 갖게 되면서 '공주강(公主江)', '공주하(公主河)'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으며, 『세종실록지리지』에 와서야 금강 지명을 사용하나 아직 유로 전체의 지명은 아니었고 공주 일대의 유로만 해당되었다 한다.

조선 후기 자료인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에서 '웅천' 대신 금강을 발원지로부터 서천까지 서술하여, 지명이 부분칭(部分稱)으로부터 전칭(全稱)으로 변하였고, 성해응(成海應)이 편찬한 『연경제전집(硏經濟全集)』에서도 장수군 수분치로부터 서천포에 이르는 유로를 상세하게 서술함으로써 전칭으로서의 금강 지명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후 『동국문헌비고』에서도 금강 지명은 전칭으로 사용되기 시작하게 되었다(출처, Waterwayplus강문화관).

또한, 이름값 한다는 말이 있다. 누군가가 그 명성에 맞게 기대 이상을 해냈을 때 우린 보통 ‘이름값 했네’라는 말을 하곤 한다. 금강도 이름값을 충분히 해온 듯하다.
바로 백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백제는 금강을 통한 수운이 편리하고, 군사상 방어가 용이한 공주로 도읍을 옮겨왔으며 이후 중국과 백제를 잇는 교통로로서 금강을 이용하였다. 백제는 금강을 통하여 중국 그리고 일본과 교류를 하였다. 당시 곰나루에서 출항한 선박은 한 달쯤 후에는 오사카 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출처, 구글)고 한다.

지금부터는 금강의 이름값을 익산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도도히 흐르는 금강은 익산시 웅포면에 다다르면서 백제의 문화를 꽃피운다. 금강은 여전히 말없이 흐르고 있지만, 그 역사를 입점리 고분군과 입점리 고분전시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내 눈이 너무나 세속적이어서 인지 난 입점리 고분군에서 수습된 금동 제품 유물을 특히 좋아한다. 금동관모, 금제 귀걸이와옥제품 등이다. 이 디자인을 이용한 장신구 제품이 있다면 난 당장 구매할 것 같다.

입점리 고분은 1986년 2월, 당시 익산 웅포 입점리 새터 마을에 사는 학생이 칡을 캐다가 유물을 발견하고 신고를 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입점리 고분은 5세기 중엽 익산지역에 자리 잡고 있었던 유력한 세력집단의 무덤으로서 익산지역의 백제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유적으로 총 21기가 확인되어 사적 제347호로 지정되어 있다.

입점리 고분의 대표적인 고분은 입점리 86-1호분과 98-1호분이다. 입점리 86-1호분은 굴식돌방무덤으로 내부에서 금동관대, 금동관모, 금동 신발 등 다양한 유물들이 출토되었다.
이 중 금동관모의 뒤편의 휘어진 긴 나팔 모양의 장식은 일본 규슈[九州]의 에타후나야마[江田船山] 고분의 출토유물과 동일한 것으로 당시 백제의 뛰어난 금속공예의 기술이 일본에 전파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하나 눈을 사로잡는 유물은 금동 신발이다. 금동 신발 밑바닥에는 스파이크가 있다. 하나, 둘, 셋, .....아홉 개다. 신발에 스파이크가 있다! 이 신발을 신고 걸었을까? 유물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 하나 고분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금동제 귀걸이가 수습된 98-1호분은 이 일대에서 가장 큰 구덩식 돌곽무덤으로 금동제 귀걸이 2점을 비롯한 목걸이, 팔찌 등에 사용된 옥 623점, 토기 3점 등이 수습되었다.

1500년 전이라고 생각하니 조상님의 디자인 감각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는 짐작이 간다. 나의 조상 백제인의 모습이 그려진다. 머리의 금동관모, 허리에 금동관대, 귀와 목에는 금동제 장신구 걸치고 신발은 금동 신발을 신고 있는 그분, 그 백제 왕족의 이름은 무엇이었을까? 그냥 상상하기 마냥 좋다.나처럼 비전문가는 무한 상상이 가능하다.
이 유물들은 2004년 4월에 개관한 입점리 고분전시관에서 볼 수 있다. 아쉽게도 일부 유물은 전주국립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지만 말이다. 이렇게 금강은 나의 물욕과 정신문화를 풍부하게 해준다.

난 또 관광과 연계 짓는 버릇대로 생각에 잠긴다. 세계의 관광도시는 역사, 문화, 자연경관 등 다양한 자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중 단연코 자연 자원 중 ‘물’ 자원은 으뜸이다. ‘물=관광’이라고 생각나는 관광지는 바로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다.
베네치아는 소설가 ‘뒤마’가 ‘죽기 전에 반드시 보아야 하는 도시’라 했다. 베네치아의 역사는 567년 이민족에 쫓긴 롬바르디아의 피난민이 만(灣) 기슭에 마을을 만든 데서 시작된다.
6세기 말에는 12개의 섬에 취락이 형성되어 리알토 섬이 그 중심이 되고, 베네치아 번영의 심장부 구실을 하였다. 처음 비잔틴의 지배를 받으면서 급속히 해상무역의 본거지로 성장하여 7세기 말에는 무역의 중심지로 알려졌고, 도시공화제(都市共和制) 아래 독립적 특권을 행사하였다(출처, 다음).

지금(코로나 19 이전)은 수많은 사람이 섬 가운데의 큰 운하를 지나고 그사이에 수많은 작은 운하가 베네치아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거기엔 사람이 있다.
‘물’ 하면 또 생각나는 관광지가 로마의 ‘트레비 분수’다. 고대의 로마 유적들과 르네상스 거장들의 예술작품들, 바로크가 남겨 놓은 그 절묘한 예술성의 도시 로마는 방문객에게 다시 한 번 방문하고 싶은 도시라 한다.
방문객은 그 소망을 트레비 분수에서 한 번 더 기원을 한다. 오른손에 동전을 쥐고 그것을 어깨너머로 던지며 '다시 한 번 로마를 방문할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비는 것이다. 분수는 방문객들이 소원을 비는 성소가 되었다.

익산에는 금강이 있다. 역사와 문화를 풍성하게 해주었고, 과거 우리의 생활을 풍요롭게 해주었던 그 금강이 지금도 있다. 관광에 있어 물의 변신(활용)은 다양하다. 그래서 익산은 관광의 도시로 발돋움 수 있다.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는 그 금강을 바라보자. 금강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방문하고 싶은 익산이 되길 바라며, 동전을 던지는 방문객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