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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홍 협동사회연구소 대표
익산의 인구가 한 달에 500명 이상 줄어들고 있다. 충격적인 수치이다. 28만 무너지는 것도 바로 눈앞의 일이 되었다. 들여다보면 청년들과 그 가족들의 이주가 가장 큰 비중인 것이 심각한 문제이다. 저출산 고령화의 속도와 정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데다 청년들의 사회적 이주까지 겹쳐 이대로면 미래는 지방소멸의 시대이다. 익산시가 인구감소를 막아보려고 애써보지만, 백약이 무효이다. 정책 방향과 깊이도 문제지만 익산만의 노력으로 쉽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본질은 불평등과 양극화의 문제이다. 계층, 세대, 지역적 차원에서 자산과 소득의 양극화와 불평등이 사회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계층이동의 사다리는 끊겼고, 청년은 기성세대보다 더 어려운 세대가 되었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오늘 익산의 인구감소가 생생한 사례이다. 더구나 기후위기와 4차산업 혁명은 이 문제를 벼랑 끝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기후위기는 인류생존의 문제로 다가와 있다. 기후위기의 원인인 탄소 기반 경제는 운명을 다 하고 있다. 세계적인 대전환의 생존경쟁을 시작했다. 앞으로 하루가 다르게 비탄소 기반 경제로 전환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EU와 미국 등은 이미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여하기 시작했다. 이 흐름에 뒤처지면 국가든, 기업이든, 지역이든 최소한의 존속이 어려워질 것이다. 그 결과는 지역경제와 지역공동체부터 무너지는 것이다. 기후위기에 대비하는 탄소 경제의 대전환은 이미 숙명이 되었다. 문제는 대전환의 속도와 누구를 위한 어떤 대전환인가이다. 이는 결국 정치의 몫이다. 짧게는 2030년까지 10년, 최소 2050년까지 30년의 비전을 가지고 정치권이 사생결단의 각오로 절박하고 유능하게 대처해야 한다. 극심한 불평등과 양극화의 문제를 완화하고 해소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 ‘정의로운 전환’이 되어야 한다. 일자리와 사회안전망이 보장되고 확장되는 전환이 되어야 한다. 4차산업 혁명의 기술변화도 ‘사람 중심’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 목표와 결합되지 않는다면, 일자리를 없애는 서민 잡는 기술혁명이 될 것이다. 문제는 정치다. 우리 사회가 지방소멸, 인류소멸이라는 끔찍한 위기 앞에 서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대의정치의 대전환이 절박하다. 좋은 정치는 공통의 의제를 중심으로 소통과 조정을 통해서 갈등을 해결하고 사회를 통합해나가는 정치이다. 그 시작은 좋은 정치제도와 정치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그래야 좋은 정치문화도 형성될 수 있다. 세대와 계층, 지역을 고루 대변하는 대의 정치구조가 국민의 표심 그대로 짜여지는 것이 가장 중요한 변화의 시작점이다. 투표율이 높은 나라일수록 통합적이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이루고 있는 현실이다. 사표가 적은 나라일수록 공공에 대한 신뢰가 높고 유능한 정치를 통해 사회적 공공선을 높이고 있는 현실이다. 유의미한 각종 통계가 말해주고 있다. 국민의 표심이 사표로 사장되는 비율이 높은 정치제도는 결국 대의정치가 국민 일부를 주로 대변함으로써 대결과 갈등의 사회를 만들게 한다.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식의 기득권 정치구조는 극단적인 갈등과 소모적인 분열의 악순환을 불러일으킨다. 사회적으로 큰 과제는 해내지 못하면서 분열적인 힘의 논리만이 판치게 된다. 먼 얘기가 아니다. 냉정한 우리 현실이다. 정치가 우리 모두의 문제를 함께 다루는 갈등 해결의 장이 아니고, 일부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는 기득권 관철이 장이 될 때 그 사회의 미래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사회적 약자들이 죽어 나가고 지방이 소멸하게 되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나는 지금도 여전히 국회의원 선거구제를 바꾸는 것이 권력을 한번 잡는 것보다 훨씬 큰 정치 발전을 가져온다고 믿는다."고 했다. 큰 통찰과 혜안을 가진 말씀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강력히 주장했고 그를 위해서라면 대연정도 가능하다고 했지만, 보수언론을 비롯해 많은 정치인은 달은 바라보지 않고 손가락만 바라보았다.기적 같은연동형 비례제도의 선거제도 개편은 기득권 양당의 편법적인 위성정당으로 큰 정치변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지난 총선은 기득권과 소탐대실의 선거가 되어 정치 대전환에 실패한 선거가 되었다. 지난 4월 재보궐선거의 결과는 촛불이 이루어낸 최소한의 성과조차도 퇴색된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다. 낡은 승자독식의 양당체제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 촛불에 함께 했던 개혁 동력을 다시 살려내야 한다. 정치제도를 바꾸고, 그를 통해 정치구조와 문화를 바꾸어 내야 한다. 국민을 닮은 정치구조를 만들고, 승자독식 양당체제에서 다원주의 연합정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다원화된 가치경쟁과 정책경쟁을 통해서 민주적인 문제해결능력을 키워야 한다. 박명림 교수의 다음과 같은 지적에 깊이 공감한다.‘방대한 국제비교를 통해 볼 때 권력구조는 대통령제보다는 의회책임제가, 의회구조는 단원제보다는 양원제가, 선거제도는 단순다수대표제보다는 비례대표제가, 정당체제는 양당제보다는 다당제가, 낮은 투표율보다는 높은 투표율이, 단독정부보다는 연립정부가, 중앙집중형 정부보다는 연방제정부/지방자치형 정부가 대표성과 비례성, 민주성과 등가성, 타협성과 자율성에서 훨씬 더 나은 지표를 보여주고 있다. “제도”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며, “인물”은 충분조건이다. 최소한의 필요조건인 법률과 제도조차 갖추지 못하면서 인물 대망과 진영 교체를 통해 이를 이루려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진정으로 정치의 변화를 바란다면 위 통찰에 깊이 귀 기울이기를 바란다. 독과점은 정치와 경제를 망치는 독소이다. 낡은 양당독점이 대한민국의 미래와 지역의 미래를 가로막고 있는 장벽이 되고 있다. 적절한 견제와 균형, 소통과 조정, 협치와 대안의 정치가 우리의 미래를 위해 절실하게 필요할 때이다. 한 번에 어렵겠지만, 정치제도변화를 좋은 정치의 시작점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에 많은 힘을 모아야 한다. 유권자의 한사람으로 정치제도의 변화에 대한 노력과 함께 정치 독과점을 막는 투표행위도 좋은 정치를 위한 매우 중요한 변화의 시작점일 수 있다. 내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정치교체를 위한 또 하나의 시작점이 되기를 기원한다. 이제는 정말 정치가 바뀌어야 익산이 살 수 있다. | 
